[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중동의 카타르가 미국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과의 외교 관계에 있어 새로운 키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카타르는 아프가니스탄을 통제하고 있는 탈레반으로부터 아프간의 향후 계획을 세우는 것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A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 외무부는 아프간 및 국제 사회, 특히 미국, 터키와 함께 카불 공항 운영에 대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미군 철수 완료와 함께 카불 국제공항에 적용할 민간 기술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유엔 등 국제기구들이 아프간에 대한 원조 전달에 대한 도움과 지원을 카타르에 요청하고 있다.
카타르는 지난 수개월 동안 아프간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의 대피지로 이용됐다.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미국은 수만명의 아프간 대피를 돕기 위해 우선 카타르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전체 피난민 중 40%가 카타르를 통해 대피했다.
미국은 이달 14일 이후 12만2000여명이 아프간에서 대피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중 4만3000여명은 카타르를 통해 이동했다.
이번 대피에서 카타르는 중동 최대의 미군 기지 주최국으로서의 역할을 보였다. 또 수년 전 탈레반 지도부의 망명을 도움으로써 향후 이어진 미국과 탈레반 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 회담의 개최지로도 이용돼 왔다.
카타르 외무부 관계자는 지난 몇 주 동안 얻은 정치적 이득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전략적으로 행해진 것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그는 AP통신에 "누군가 그것이 단지 정치적 이득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면, 저를 믿어라. 우리에게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위험에 빠뜨리는 것보다 훨씬 쉽고, 우리가 지난 2주 간 말 그대로 불면의 밤을 보낸 것보다 훨씬 쉬우며, 모든 아이들과 임산부들을 돌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덜 복잡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탈레반을 비롯해 아프간 전 정부 측과도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카타르의 입장이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카타르는 아프간 탈출 작전을 위해 수백명의 병력과 자체 군용기를 동원해 작전을 수행했다. 카타르는 기숙학교의 여학생, 여학생 로봇팀, 국제 언론사 기자 등을 대피시켰다.
카타르의 대사는 버스를 타고 카불의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했고 아프간에 있던 많은 사람이 공항 인근의 검문소를 아무 문제없이 지나갔다.
카타르 외무부 관계자는 모두 3000여명이 탑승할 수 있는 공항 통로를 확보했으며 국제기구로부터 요청을 받고 명단을 확인한 뒤 1500여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현재 카타르에는 약 2만명의 아프간 피난민이 남아있다. 일부는 몇 주 내로, 일부는 몇 달 후 다른 곳에 정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7명의 아프간 여성은 카타르에 도착한 후 아기를 출산했다.
카타르는 극소수의 피난민들만 수용하고 있으며 그중 도하에서의 교육을 지속하기 위해 장학금을 제공받을 여학생들도 포함돼 있다. 카타르는 내년 도하에서 열리는 피파 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 시설 일부를 피난민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에게 전화로 감사의 뜻을 표하며 카타르가 매일 수천명을 이송하지 않았다면 미국 주도의 대피 작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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