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지난 13일 방송에서 비롯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기안84가 자신의 웹툰 '복학왕' 완결을 기념하기 위해 멤버들과의 모임을 기획했다. 기안84는 모든 박나래, 키, 성훈 등 모든 멤버가 함께 떠나는 줄 알았지만 뒤늦게 전현무는 다른 멤버들이 불참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방송 직후 일부 시청자들은 멤버들이 기안84를 따돌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고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관련 민원이 다수 접수되기도 했다.
이후 '나혼산' 측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지난 '현무, 기안 여름방학 이야기'를 보며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로, 여러 제작 여건을 고려하다 보니 자세한 상황 설명이 부족했다. 앞으로 더욱 제작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사과했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은 전혀 잘못이 없으니, 개개인을 향한 인신공격은 삼가달라"고도 했다.
이후 기성 언론(레거시 미디어)은 누리꾼의 비판이 거센 상황과 방심위에 민원이 접수된 상황 등을 기사화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한 비판도 가했다. 거기까지였다.
이에 반해 1인 미디어(1인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일부 유튜버들은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한 '어뷰징' 콘텐츠를 계속해서 양산했다.
유튜브 방송 제목도 자극적이다. '쌈디가 기안을 무시하는 나혼산 멤버들에게 날린 돌직구', '기안84도 빡친 몰카 논란' "나혼자산다' 멤버들, 일진놀이 하다 나락가 17번의 순간", "이번 주 나혼자산다 방송에서 밝혀진 기안84 왕따설의 진실", "현재 기안 84가 묵묵히 참는 이유: '나혼자산다' 담당자의 소름 돋는 정체", '한혜진이 기안 따돌림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증거' 등 정제되지 않은 제목의 '나 혼자 산다' 이전 회차의 짜깁기 영상들이 쏟아졌다. 그중에는 조회 수가 200만 회가 넘는 영상도 다수 있었다.
최근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지상파나 중앙 일간지, 통신사 등 레거시 미디어(기성 매체)와 주로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1인 미디어 등 신생 미디어의 파급력의 차이를 가늠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를 앞두고 있다. 언론단체들과 각 정당의 비판속 개정안 통과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성 매체의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항의를 받은 기사에 대해 언론사나 포털이 아무도 볼 수 없게 열람을 차단해야 하는 열람차단청구권도 포함됐다.
이에 반해 현재 국회에서 신생 미디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사실상 시작된 적도 없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22일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같은 해 9월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위로 회부한 이후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 이른바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유튜버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법안으로, 당시 전체회의에서도 이 법에 대한 토론은 진행되지 않았다.
언론중재법으로 '가짜뉴스'를 잡겠다면서 가짜뉴스의 온상지인 유튜브는 쏙 빠졌으니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디어 관련 법·정책 전문가인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1인 미디어가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잡고 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 어떻게 규제를 변화시킬 건지 고민해야 한다. 미디어라는 걸 어떻게 재정의하고, 1인 미디어에 대한 책임성을 (어떻게) 높이고 교육하고 문제가 있을 때 문제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인 미디어의 경우도 손놓을 순 없다. 규제를 해야 한다. (다만) 규제를 하더라도 일반적인 규제 수단을 활용하면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수 있다. 허위사실을 규제한다면 콕콕 집어서 규제해야 한다. 추상적이거나 정치적으로 큰 얘기만 할 수도 있다. 개별 사항을 만들고 구체적인 상황을 만들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법률사무소 시우의 유광훈 대표변호사는 "1인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를 볼 때 같은 잣대가 필요하다"며 "표현의 자유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거나 사실오인을 유도하는 것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은 소비자가 언론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시대인 만큼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기성 언론 못지 않게 크다. 표현의 자유 보호 측면에서도 피해구제 측면에서도 (1인 미디어 등 신생 미디어 관련 법을) 유사하게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경진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약한 규제면 모르겠지만 센 규제를 하면 그에 따른 명확한 규제 대상이 확정돼야 한다. 이번엔 규제가 확실히 세진다. 문제는 가짜뉴스가 어떤 게 가짜뉴스인지 '신'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재판도 사실 판사가 100%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 의심으로 보여지는 일정한 수준이 되면 사실로 보고 가는 것"이라면서 "좋은 사회로 갈수록 국민들이 저절로 거른다. 자정작용이 일어나게끔 만드는 게 낫다. 그런 면에서 건강한 사회를 위해 저속한 언론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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