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넘어북한]한국이 북한과 꼭 통일해야 하나요?

기사등록 2021/08/28 12:00:00

미중 모두 상대 견제 위해 북핵문제 활용

갈수록 핵문제 해결 요원해질수밖에 없어

남북한 이질화 심화로 통일 주장 현실성 잃어

데면데면한 남북관계 전제한 대외정책 필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을 비롯한 1백여 장의 사진을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10.1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에디터 강영진입니다. 70번째를 맞는 창넘어 북한 오늘의 주제는 북한 핵 문제입니다.

국제정세가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당장 뾰족한 수를 낼 수 없으니 서두르기보다 차분히 정세를 관망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다시 점검해보려 합니다.

우선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을 지연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바이든 미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강행으로 국제사회의 시선이 아프간에 집중돼 있습니다.
[카불=AP/뉴시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외곽에서 26일(현지시간)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부상자들이 현장에 쓰러져 있다. 이번 폭발은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애비 게이트와 인근 배런 호텔에서 각각 발생해 아프간인 최소 60명이 숨지고 143명이 다쳤으며 미군도 12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폭발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2021.08.27.
이 와중에 철수 작전이 집중되고 있는 수도 카불의 공항 인근에서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2명을 포함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오는 31일까지 철수 작전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바꾸지 않겠다고 천명했습니다. 다만 IS를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선언했네요. 철수 시한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31일 자정이니까 앞으로 100시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26일 현재 1,000명이 넘게 연락이 닿지 않는 미국 시민이 아프간이 남아 있다는데 철수 시한 안에 작전이 완전히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며칠 더 늘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시한에 맞춰 미군이 철수한 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지역에서 미국 시민들을 살상하는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구출 작전 내지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지상군을 투입하지는 않더라도 보복 공격 수단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요.
[워싱턴DC=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최소 12명의 미군이 숨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 폭탄 테러에 관한 연설 중 잠시 발언을 멈추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절대 용서하지 않고 잊지 않겠다"라며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불 공항 인근에서 두 차례 폭탄 테러가 발생해 미군 12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으며 이슬람국가(IS)는 이를 자신들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있다. 2021.08.27.
이런 복잡한 사정들 때문에 미국이 아프간에서 손을 떼고 다른 일들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철수 선언으로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당분간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사태 이외의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엊그제 한미합동 군사연습이 끝났습니다. 북한이 김여정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담화를 내 '시시각각으로 안보 위협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위협했지만 다행히 연습 기간 동안 북한이 '사고'를 치진 않았습니다.

북한 동해안 지역이 이달 초 큰 수해를 입었다는 점이 북한이 잠잠했던 한가지 이유가 될 듯합니다. 동해안 지역에서 바다를 향해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가 어렵게 된 셈입니다. 평안도 지역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동해안으로 쏠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이 역시 쉽진 않아 보입니다.
[서울=뉴시스] 수해 복구 나선 북한군. 2021.08.12. (사진=노동신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은 연초 자력갱생(自力更生)에 의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확정하고 실적을 내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이른바 '일군'들이 실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하루도 빠짐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5년 뒤 '공산주의 이상사회'를 맞이하기 위해서 경제계획 첫해인 올해의 목표를 반드시 '초과달성'해야 한다면서요.

하지만 말이 쉽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들 때문에 목표 달성이 만만하진 않습니다. 이 때문에 청년들에게 지방의 농촌이나 탄광들에 자원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지방의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2천50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적다고 할 순 없지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건 아닐까 싶네요. 이런 상황에서 다시 미사일을 쏘면서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주민들이 경제에 집중하는 걸 어렵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3.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미국과 우리를 향해 경고한 마당이니 어떤 식으로든 도발을 준비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경제 발전 노력이 어느 정도 마감되고, 특히 농사가 마무리되는 10월 말까지는 참고 지낼 것 같습니다.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혹시 도발하더라도 올 연말 가까운 시점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도발하는 것이 아프간 때문에 정신없는 미국을 한층 더 괴롭히는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현시점에서 미국을 자극하는 건 자제할 것 같습니다. 과거 1976년 김정일이 서른넷이던 시절 판문점에서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살해하는 만행을 벌인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한반도에 전폭기들을 대거 추가 배치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함으로써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위기가 만들어졌었지요. 결국 북한이 먼저 꼬리를 내리고 유감 표명을 함으로써 상황이 악화하는 걸 막았습니다.

이 일이 있은 뒤 북한은 미국을 향해 모험주의적 도발을 한 적이 없습니다. 대신 핵무기 개발에 힘을 쏟아 핵보유국이 됐지만요. 다만 미국을 상대로 한 도발은 자제하더라도 우리를 향한 도발은 언제라도 있을 수 있으니 미국과 달리 우리는 경계를 늦추면 안될 것 같습니다.

아프간 사태 말고도 북한 핵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보다 근본적인 국제정세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입니다.
【베이징=신화/뉴시스】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오른쪽)이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당시 미 부통령과 만나 미소를 지으면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해 미국 정부가 깊은 우려감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시 주석은 ADIZ도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12.05
최근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 NORTH'가 미국의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던 수전 손튼이라는 사람과 리난 중국 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이 주고 받은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손튼이 '중국이 북한 비핵화보다 북한 체제 유지를 우선시한다'고 비난하자 리난은 거꾸로 '미국이 중국에 맞서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한미일 동맹 강화에 활용하려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쟁점에서 상대에 대한 의심을 드러낸 두 사람 사이의 논쟁을 보면 북한 핵문제 해결 방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시각 차이가 좁혀지기는커녕 갈수록 커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특히 미국도 중국도 상대를 견제하는데 북한 핵 문제 해결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합니다. 미국도 중국도 그런 시각을 부정하겠지만 서로를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아프간 사태와 미중 갈등은 미국이나 중국 모두 단기적으로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북한 핵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고 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절대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네요.

미국도 중국도 핵 문제 해결보다 상대방에 대한 견제를 우선하면서 북한을 활용하고 있고 북한은 절대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핵문제 해결은 정말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리지=AP/뉴시스]토니 블링컨(오른쪽 두 번째) 미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 등과 함께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캡틴쿡 호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석해 양제츠(왼쪽 두 번째)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과 회담하고 있다. 2021.03.19.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 건가요?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에 양보할 것을 은근히 요구하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북한의 '적대시정책 폐기' 요구에 미국이 응하는 시늉만이라도 해달라는 식이지요. 미국은 그런 문대통령을 의식하면서 자칫 한미동맹이 취약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이 말하는 '적대시 정책'을 완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 국무부가 수시로 '미국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건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라는 요구가 애당초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교착상태가 이어지면서 미국이 과거 오바마 대통령 시절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좀 길어지네요. 이제 결론을 내겠습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개선될 여지가 줄어드는 쪽으로 흐르는 듯합니다.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변수가 생겨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역시 크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2018.09.20. photo@newsis.com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상황 타개를 위해 남북정상회담같이 극적인 이벤트를 만들기보다는 차분히 상황을 분석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대북정책의 기반을 점검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우선 통일 정책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온갖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북한과 통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려 합니다.

북한은 우리와 너무나 다릅니다. 그런 북한과 우리가 통일을 하겠다는 건 사실상 흡수통일밖에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북한도 서로에게 흡수당하는 통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경우에 따라선 전면전과 같은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엔 여전히 통일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물론 당장 통일하겠다는 건 아니고 화해협력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렇지만 북한은 화해협력이 북한을 와해시키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류가 전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그런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국경을 완전히 차단한 채 젊은 사람들이 한류에 빠지는 걸 철저히 단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담은 USB를 유통시킨 사람을 처형까지 하고 있습니다.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틀째인 19일 평양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2018.09.19.photo@newsis.com
이처럼 남북한 사회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한류를 후퇴시킬 수도 없는 일입니다. 우리도 북한도 현재의 체제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예컨대 한 두 세대 안에 이런 흐름이 반전되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혹시라도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습니다. 저는 창넘어 북한을 1년 반 가까이 연재해오면서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건 물론이요 그런 기대를 갖고 만든 대북정책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걸 여러 차례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을 두고 우리는 뭘 어찌해야 하는 걸까요? 다시 한번 욕먹을 각오를 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북한은 우리의 대외정책에서 중요 변수가 될 순 있을지언정 제1의 변수, 나아가 다른 모든 변수에 앞서는 절대적 변수가 된 적이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럴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북한과 우리는 앞으로 데면데면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친하게 지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북한과 적극적으로 다퉈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북한이 우리를 위태롭게 만들지 못하도록 충분히 경계하고 대비하되 북한을 자극할 만한 일은 회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이런 우리 입장에 미국도 중국도 쉽사리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앞서 미중 전문가 사이에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보듯 두 나라 모두 한반도 상황을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데 활용하려는 생각이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길어져서 자세한 말씀을 드리진 않겠습니다만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를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을 무시한 이념을 앞세워 체제를 정당화하고 있는 사회니까요.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듯이 우리 사회에서도 큰 반발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통일을 포기하는 전략적 차원의 대북정책, 대외정책을 중장기적으로 고수해 나간다면 통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대가를 더 이상 치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통일 전의 서독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설익은 생각을 화두로 던지는 것으로 오늘 글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창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