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금인상 소급분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첫 판단

기사등록 2021/08/25 14:56:55

버스회사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 청구해

'임금인상 소급분' 쟁점…"통상임금 맞나"

대법 "매해 합의로 지급…고정성 인정돼"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매해 노사 합의에 따라 인상된 임금의 소급분 역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가 자일대우상용차(옛 자일대우버스)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2013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청구했다.

당시 소송에는 현재 조합원들뿐 아니라, A씨와 같이 이미 회사를 떠난 조합원들도 받지 못한 퇴직금을 달라며 참여하기도 했다.

1심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2심에 이르러 임금인상에 따른 소급분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됐다.

임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특정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추가적인 조건 없이 지급되는 등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인정되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노사는 인상된 임금을 매해 4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4월1일을 넘겨 임금 협상이 이뤄지면 그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해왔다. 다만 A씨처럼 임금 협상 전 퇴직한 이들에게는 임금인상 소급분을 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2심은 노사 협상이 이뤄지는 등 추가적인 조건이 달성돼야만 임금인상 소급분이 지급된다는 이유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매번 얼마가 지급되는지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 노사 협상 당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임금인상 소급분도 고정성이 인정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되기 전까지 3년 동안 노조 측과 임금협상을 하면서, 기준일인 4월1일을 넘기면 그 다음 월급날에 인상된 소급분을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임금인상 합의 전까지는 임금 폭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그렇더라도) 근로자들은 매해 반복된 합의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면 기준일 이후 임금인상 소급분이 지급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노사 협상은 임금에 관한 가치 평가일 뿐이지,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하기 위한 조건은 아니라고 했다. 즉, 모든 근로자들이 임금인상 소급분을 받기 위해 추가적인 업적 등을 달성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임금인상 소급분은 근로자가 업적이나 성과의 달성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근로 제공에 대한 보상으로 당연히 지급될 성질의 것이므로 고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한편 대법원이 임금인상 소급분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임금인상 소급분도 다른 임금에 함께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은 있었지만, 대법원이 임금인상 소급분 자체를 판단한 것은 최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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