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통과 '지지부진'
금융당국, 미등록 업체 일일이 찾기 사실상 불가능
전문가 "시장이 자율적으로 부실 기업 퇴출하도록 자정 시스템 마련해야"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부·국회·관계기관들은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고심 중이다.
머지포인트는 편의점, 대형마트, 외식 체인점 등 전국 2만개 제휴 가맹점에서 '20% 할인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2019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100만명의 누적 가입자를 모으고, 1000억원 이상의 머지머니를 발행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머지포인트가 정부 미등록 업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머지포인트 사용처가 대부분 사라졌고, 수백 명의 가입자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가 정상적인 사업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검경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전금법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아 머지포인트 사태를 촉발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전금업자의 소비자보호를 골자로 한 '전금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된 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은 ▲선불충전금의 외부 예치 의무화 ▲고객의 우선변제권 신설 ▲고객별 1일 총 이용 한도(1000만원) 신설 ▲미등록 업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금법에서 규정된 소비자 보호 규제는 등록 업체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머지포인트와 같은 미등록 업체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미등록 전금업자들을 일일이 찾고 점검하기에도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감독 당국이 급변하는 디지털금융 시장을 현실적으로 쫓아갈 수 없는 만큼, 시장이 자율적으로 미등록 전금업자를 퇴출할 수 있도록 '자정 시스템'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디지털금융의 특징은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하고 사업 과정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예상할 수 없는 금융사고들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실한 전금업자들을 수시로 체크하고 평가·분석하기 위해서는 시장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가령, 금융상품 비교 플랫폼이 비슷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감독 당국이 디지털 보안을 공공재로 생각해 감독하려 하면 급변하는 시장을 쫓아가지 못한다"며 "전금업자를 평가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마련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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