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이준석 '윤석열 금방 정리' 발언 사실"…갈등 재점화

기사등록 2021/08/17 12:15:45

"지난 12일 李와 통화…尹, 후보로 지속성 정리된다고 발언"

서병수 선관위장 임명 관련 李 "다수 중진 캠프로 이동해서"

"이준석 '대여 투쟁은 내 역할 아니다' 말해, 충격 받았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 국가 찬스 2호' 공약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금방 정리된다'고 말한 것을 직접 들었다"고 17일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주에도 한 언론인과 대화 중 '토론회 두 번이면 윤 전 총장을 낙마시킬 수 있다'고 발언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대표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사태를 겨우 진화했으나 이날 원 전 지사의 확언으로 사태는 다시 번질 전망이다.

원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8월12일, (이 대표가) 상주에 있을 때" 이같은 내용의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한테 물어보시라"며 "대표가 특정 후보가 '정리된다'는 것은 갈등이 정리된다는 뜻이 아니라 후보로서 지속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앞뒤 워딩(발언)도 있는데 그것까지는 옮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원 전 지사에 따르면 그는 예비 후보로서, 이 대표의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 운영 등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기 위해 통화를 했다.

원 전 지사는 "경준위의 여러 가지 아이디어에 대해 대부분이 대표의 아이디어라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관여하면 안 된다'고 했더니 (이 대표가) '관여한 바 없다' '거기서 나온 얘기는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고 당시 통화 내용을 전했다.

또 경준위를 이끌고 있는 서병수 위원장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데에도 이 대표에 불만을 전달했다고 원 전 지사는 말했다. 그는 "서병수 위원장을 강행하는 것은 당내에서 있을 수 없는 정도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그런 생각이 있다면 내려놓으라는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원 전 지사에 당내 다수 중진들이 캠프로 이동했으며, 현 상황으로서는 서 위원장이 최선의 인사임을 설득했다고 원 전 지사는 말했다.

원 전 지사는 이에 윤 전 총장의 조기 입당을 촉구하던 게 혼란을 겪으며 이같은 상황을 불러왔다며 이 대표를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그걸 이유로 해서 중진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외부에도 (인사는) 있다"고 덧붙였다.

원 전 지사는 이어 이 대표는 '대여 투쟁은 내 몫이 아니다'고 말한 지점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원 전 지사는 "당 대표가 대여 투쟁에 앞장서야지, 여기에 대해 국민과 당원이 부글부글한다고 그랬더니 (이 대표가) '지금 시점에서는 대여 투쟁에 나서는 게 내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표의 발언 중) 두 가지에서 충격을 받았다"며 "대여 투쟁이 대표의 역할이 아니라고 한 것, 또 특정 주자에 대해서 발언한 부분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현재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을 꺾을 자신이 있다며 "그러나 이는 비전과 리더십과 국가운영 능력을 가지고 검증"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경선의 룰이나 경선 과정에서의 환경이나, 이런걸 통해서 인위적으로 의도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에 편승하고 있는 일부 후보들과 당내 중진들 너무 비겁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상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어 "이런 불공정 회오리 와중에 태풍의 눈 속에 대표가 와 있어서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고 충고했다.

원 전 지사는 "대표가 해야 할 일은 한가지"라며 "창피하다 생각하지 말고 정권교체를 당 중심의 역할을 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는 당의 어른이다. 나이가 많아서 어른이 아니라 모두의 입장을 모아내고, 거기에서 자기의 여러 가지 마음 고생이 있더라도 품어내고"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이라도 이준석 대표는 패널의 과거의 성공의 추억을 털어버리고 당 대표의 위상에 올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체면이 상하고 본인의 뜻이 오해받는 게 있다 하더라도 대표의 옳음을 당원이 들어주지 않을리 없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단칼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시라"고 당부했다.

원희룡 캠프의 김용태 사무총장은 "우리 측이 원하는 것은 첫째 경준위가 월권을 인정하고, 둘째 서병수 위원장을 선관위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철회하고, 셋째 당헌·당규대로 선관위를 구성하고, 넷째 공정한 선관위원장을 모시는 것"이라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부연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앞서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윤석열 정리' 발언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당 대표가 계속적으로 이렇게 특정 후보 더군다나, 지지율 1위 후보를 공개적으로 공격을 하다 못해 더 나아가서 '토론회 두 번이면 정리된다'든가 또는 다른 경쟁후보인 원희룡 지사에게 '금방 정리될 거다'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사실은 좀 믿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한 경선을 거치지 않게 되면 당내 후보들이 반발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후보를 선출해도 우리 당의 지지자들이 완벽하게 일치단결해서 그 선출된 후보를 지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심리적 경선불복이 생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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