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기자 "탈레반이 국기 빼앗았다"…美 브리핑서 분개

기사등록 2021/08/17 12:29:48

"20년 전 탈레반 집권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처음으로"

[카불=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 공항에서 활주로를 따라 이동하는 미 공군 C-17 수송기에 아프간 사람들이 매달리고 있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아프간 시민 수천 명이 이날 공항 활주로에 몰려들어 일부는 필사적으로 미군 항공기에 매달리다가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08.17.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이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탈레반의 세력 확장에 분개를 토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나지라 카리미라는 아프간 기자가 1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 참석, "알다시피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라며 현재 본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개탄을 표했다.

본국 국기 문양의 마스크를 착용한 카리미는 "그들(탈레반)이 내 국기를 앗아갔다. 이것이 내 국기"라며 마스크를 가리켜 보였다. 이어 "모두가, 특히 여성들이 매우 화가 났다"라고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아프간 내 탈레반 세력 확장의 토대가 된 미군 철수 과정에서 여성 문제는 국제 사회가 꾸준히 제기해 온 의제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 기간 여성의 사회 활동을 금지하고 성범죄 등을 저질러 지탄을 받았었다.

그는 "나는 질문할 거리를 잊었다. 무엇을 묻겠는가?"라며 "내 대통령은 어디에 있는가, (아슈라프) 가니 전 대통령은. 국민들은 그가 국민과 함께 머무르리라 생각했는데, 그는 즉각 도망쳤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에게는 대통령이 없다"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이 자신 국민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 거라고 말했었다. 그들(바이든, 가니 대통령)은 모든 일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카리미는 또 "아프간 국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라고 울분을 드러냈다. 아울러 "나는 많은 것을 성취했다. 나는 약 20년 전에 탈레반(집권)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첫 단계로 돌아간다"라고 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에 "아슈라프 가니에 관해, 또는 그가 어디에 있다거나 그의 관점이 무엇인지에 관해 나는 말할 수 없다"라면서도 "우리 모두는 당신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 고통을 이해한다"라고 했다.

커비 대변인은 "지난 며칠 동안 우리가 본 광경에 국방부의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다"라며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아프간에서 시간을 보냈었다"라고 했다.

아프간에서는 미군 철군 이후 세력을 확장하던 탈레반이 15일 수도 카불에 진입해 대통령궁까지 장악하고 승리를 선언한 상황이다. 그간 아프간 정부를 지도하던 가니 대통령은 본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9·11 테러 20주기 전 완수를 목표로 자국군 철군을 추진했으며, 지난 5월부터 실제 철군을 실행했다. 국제 사회는 이에 따라 아프간이 다시 탈레반을 비롯한 테러 세력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미군 철군 일정에 맞춰 아프간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며 이런 우려는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내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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