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언론중재법서 고위공직자·대기업 징벌적 손배청구 제외

기사등록 2021/08/12 18:37:26

권력감시 약화 지적에…권력자는 징벌적 손배 청구 대상서 빼

고의중과실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열람차단청구 표시도 삭제

"수정안으로 문제 해소해 이달 중 처리"…야당 설득은 미지수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권지원 기자 =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물리는 것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와 기업인에 한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외키로 했다.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려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정치권과 언론계의 지적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언론중재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정 의원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중재법 대안에 대한 양당 간 추가 논의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언론의 책임 강화를 위해, 그리고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허위·조작보도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많은 오해와 일부 법 조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이에 11~12일 언론단체를 대표해 언론노조와 방송기자연합회 등과 면담을 하면서 법안소위 통과 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문체위 위원들은 언론계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우려 중 그 이유와 논리가 합리적이라 인정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수정하기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27일 문체위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30조에서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언론사에 손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권력자에 대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악의적 보도에 대한 배상을 의무화해 책임감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지만 허위·조작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불명확하고 손해액의 5배라는 배상 책임의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과의 면담에서도 언론계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민주당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회 부조리와 권력자를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10. photo@newsis.com
이에 민주당은 고위공직자, 선출직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개정안을 수정키로 했다.

박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법을 만든 취지는 일반 국민이 언론을 상대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구제를 받도록 한 것인데 그것이 잘못돼서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권력자까지 보호할 필요가 있는가 생각했다"며 "그렇다면 오로지 일반 국민들을 위한 법을 만들자는 생각에 권력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부분은 배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고의중과실과 관련해서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쪽이 입증 책임의 주체임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는 개정안에 포함된 고의중좌실 추정 조항의 모호성으로 인해 언론에 그 입증 책임이 전가돼 언론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언론 기사에 대한 열람차단청구 표시 조항도 삭제키로 했다. 고의중과실로 '추정'되거나 문제가 있는 보도라는 '청구'만 들어가도 보도 내용의 진위와는 관계없이 언론보도가 '허위'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어 악용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 의원은 "요즘 인터넷으로 정보가 퍼지는 속도가 빠르다보니 일단은 열람차단청구가 있을시 표시를 해두자는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언론쪽에서는 낙인 효과가 있어서 앞으로 글을 쓰기가 어렵다는 말을 했고 정정보도 청구권이 있으니 그것으로 대체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런 의견을 존중해서 표시를 삭제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수정안이 마련되는 대로 이를 공개하고 다음주 중 문체위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10. photo@newsis.com
문체위는 당초 여야 공방으로 법안 처리가 불발된 지난 10일에 이어 이날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었지만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일정을 다음주로 미뤘다.

박 의원은 "9월에는 정기국회가 열리는데 그때는 국정감사도 있고 다른 법안도 상당히 많이 밀려 있다"며 "언론중재법은 이달 안에 처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이 이번 수정안으로 그동안 언론중재법을 '언론 재갈 물리기법'이라 비판해 온 국민의힘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수정안과는 별개로 자체 수정안을 오는 15일까지 낼 방침이다.

이르면 광복절 대체공휴일 다음날인 오는 17일께 문체위 전체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안건조정위원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박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자체에 대한 야당의 반대가 큰 데 대해 "권력자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못하게 했으니까 그런 부분으로 문제가 많이 해소가 됐다고 본다"며 "우리는 분명하게 일반 국민에 대한 피해 구제에 더 방점을 찍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못박았다.

김 의원도 "야당의원들도 현재 언론 피해로 받는 손해배상 액수가 적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며 "언론 피해로 인해서 받는 손해배상액이 500만원 이하인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이 정도면 변호사 비용도 안되는데 그것으로는 언론 피해로 인한 인격권·명예권이 회복되지않는다는 데 대해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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