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친윤-친최-친유 계파 힘겨루기 시작되나

기사등록 2021/08/12 11:29:06

경선 진행 방식 놓고 이준석 vs 친유·친최 갈등 양상

친유계, 경준위 결정 공개 지지…이 대표 '우군' 자처

이 대표도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지구 뜨겠다" 발언

친유계, 대선캠프 활동 통해 계파 목소리 내며 세 확산

국힘 현역 의원들의 尹·崔캠프 추가 합류 견제 포석도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국립 3.15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2021.08.09. kgkang@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국민의힘 대선 경선 방식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친최(친최재형)계-친유(친유승민)계의 계파 간 힘겨루기도 갈수록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밀어붙이고 있는 후보 토론회 등 경선 프로그램을 놓고 친윤계와 이준석 당대표가 대립하는 상황에 친유계가 경준위 권한과 결정을 존중하는 공개 지지성명을 내면서 계파 대결에 불씨를 당겼다. 기존 친유-친최 세(勢)대결에 친유계가 뛰어든 모양새다.

세 계파 간 첫 충돌 지점은 당 경선 예비후보 토론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정치권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준비 부족을 이유로 경선 일정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도 전 후보토론회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와 달리 유승민 전 의원 측은 경선준비위원회가 단순 임시 기구라기보다는 "당헌에 따라 설치된 특별기구"라는 점을 들어 경준위의 결정 사항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준위가 당 최고위원회로부터 당헌당규에 규정된 경선룰을 제외한 모든 일정과 내용에 관해 전권을 위임받은 만큼 경준위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경준위 방침을 공개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윤 전 총장 등 일부 대선주자들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이 대표에게 우회적으로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친유계는 이 대표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당대표와 각을 세운 김재원 최고위원의 선거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공격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윤 전 총장측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유승민 캠프는 김 최고위원을 향해 "과거 소위 '진박 감별사'라고 했던 그 역할을 지금 '진윤 감별사'를 자청한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며 '사당(私黨), '구태 중의 구태' 등의 용어를 동원해 맹비난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캠프에 속해 있는 분이 굳이 이렇게 경준위의 중립성까지 오해받을 언동을 하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당 지도부 구성원을 향해 '감별사'로 욕하고"라며 불쾌감을 표현하면서 이 대표에게 당 윤리위원회를 통한 징계를 요구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종합상황실장인 오신환 전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후보 토론회 등 경선방식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11. photo@newsis.com
친유계는 그간 당내 계파설을 부인해왔지만 경선이 임박하자 바른정당계 출신 전현직 의원 중심으로 대거 영입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세를 확산하는 모습이다.

유 전 의원측 선거대책위원회와 대선 캠프에 참가한 인사들을 살펴보면, 친유계는 2017년 대선을 전후로 유 전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탈당해 바른정당·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에서 활동했던 개혁보수 성향 인사들이 주로 포진해있다. 유의동, 김희국, 강대식, 김병욱, 김웅, 김예지, 신원식, 유경준 의원 등 현역의원 8명을 비롯해 오신환 전 의원과 김세연 전 의원, 민현주 전 의원, 이수희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등이 친유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각 대선주자마다 이해관계에 따른 셈법에 의해 다른 목소리를 내자, 당 일각에선 "과거 계파정치 구태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親)유승민'으로 분류되는 이 대표가 당권을 잡자마자 특정 후보 지원 논란이 제기됐던 만큼 향후 친유계가 다른 계파나 대선주자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윤 전 총장 측과 연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이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뜨겠다"고 발언한 사실도 뒤늦게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주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이 되고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어떡할 거냐고 물었다"며 "지구를 떠야지"라고 답하면서 폭소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서병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05. photo@newsis.com
앞서 이 대표는 2019년 12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당시 또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에 관한 질문을 받고 "21대 국회에서 내가 있는 당이 압승해 가지고 나중에 유승민 대통령 만들고"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껏 해 온 일들이 특정 후보를 도우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대선 후보는 당원들과 민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대표가 좌지우지할 것은 아니다"라며 친유계로 분류되는 이 대표의 성향과 최근 정치적 행보를 연관지어 의심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MBC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 관련 내용이 담긴 인터넷 글을 거론하며 "그걸 믿고 싶지는 않다. 그런 불신과 의혹을 갖고 있다면 당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말끔히 그 의혹을 씻어내야 한다"며 "실컷 안방에 들어가서 뭘 막 만져놓고는 아무것도 안 만졌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들어가질 말아야 한다"고 저격했다.

일각에선 친유계가 대선 캠프 활동을 근거지로 삼아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계파의 존재감을 높이고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윤석열 캠프와 최재형 캠프에 잇따라 영입되자, 이에 위기감을 가진 친유계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추가 합류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줄세우기 논란 등에 대해 문제 제기하며 계파 간 힘겨루기를 의도적으로 유도할 경우 현역 의원들이 특정 캠프 합류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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