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신용평가업 신규진입 보단 제도개선…"인가제 개선 검토"

기사등록 2021/08/12 12:00:00 최종수정 2021/08/12 15:12:56

"제반여건 성숙시 새로운 인가방식 시범적용"

"무의뢰평가제도·이해상충방지 강화 등 검토"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우리나라 신용평가 시장은 시장집중도가 높지만 급격한 진입 확대시 부작용이 클 수 있어, 제도개선을 통한 경쟁 촉진에 집중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향후 제반여건이 성숙되면 현재 인가받은 신용평가사를 대상으로 일정기간 평가역량을 검증한 후 추가 인가여부를 판단하는 방안 등을 검토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제2기) 논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신용평가업 등 경쟁도 평가 및 진입규제 개선방안'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신용평가업은 금융위 인가를 받고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의 발행사 등의 요청에 따라 금융투자상품 및 발행사의 상환능력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등 전체인가를 받은 3개사와 부분인가를 받은 서울신용평가 등 1개사가 영업 중이다. 주요 3개사는 연간매출 14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약 3분의 1씩 균분하고 있고, 서울신용평가는 매출액 기준 약 2.5%를 점유 중이다.

이에 따르면 경쟁도 평가 결과 신용평가업은 허핀달-허쉬만 지수(HHI) 약 3200, CR3(상위 3개사의 점유율을 합한 수치)는 약 97.5%인 '고집중시장'으로 나타났다. HHI가 1200 미만이면 '경쟁 시장', 1200이상~2500미만이면 '집중 시장', 2500 이상이면 '고집중 시장'으로 분류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도 더 높거나 유사한 수준이다. 미국의 HHI는 3712, CR3 95.1%, EU는 HHI 3049, CR3 91.1%다.

또 시장경쟁 실증분석 결과, 그간 제도개선 노력 등으로 경쟁제고와 품질개선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것으로 판단됐다. 최근 발행사의 평가사 교체가 증가하고 수수료도 하락했으며, 평가사가 동일 대상에 부여한 평가등급이 상이한 비율(스플릿)도 소폭 증가했다. 신용평가를 받은 기업의 연간부도율도 꾸준히 하락했다. 최근 5년(2016~20년)간 등급유지율은 평균 86.3%로 향상됐고, 연중 3단계(notch) 이상 급격한 등급조정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금융당국은 신용평가업의 특수성과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무리한 신규 사업자 진입 보다는 제도개선에 우선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새로운 업자가 단기간 내에 시장 신뢰를 확보하기 쉽지 않고, 급격한 진입 확대 정책을 추진할 경우 긍정적인 효과보다 등급 인플레이션 등 부정적 효과 영향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과거 신용평가사간 과도한 경쟁으로 초래된 등급 인플레이션이 2008년 미 서브프라임 사태 발생의 단초 제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경쟁도평가위원회는 시장규율 강화와 신용평가 품질 제고를 위한 추가적인 제도 개선 과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고, 추후 시장진입의 예측 가능성과 실효성 제고를 위해 인가 제도 개선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박재훈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신용평가업은 장기간 신뢰와 평판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한 가운데 발행자 위주의 시장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 주요시장과 비교했을 때 신용평가시장 규모, 기관투자자의 다양성과 신용평가 역량 등의 측면이 차이가 있어 급격한 진입 확대 정책을 추진할 경우, 신용평가 품질 개선 효과보다 부작용 및 시장 혼란 발생 우려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위에서 제시된 제도개선 과제의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향후 제반여건이 성숙될 경우 인가정책에 참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인가방식을 시범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인가 이전 신용평가 업무가 금지돼 있어 인가희망 업체가 평판과 신용평가 이력을 축적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가심사 시 신용평가 역량을 판단할 자료와 근거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현재 인가받은 신용평가사를 대상으로 일정기간 평가역량을 검증한 후 추가 인가여부를 판단(평가이력 축적 후 인가, 인가단위 모듈화 등 시범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키로 했다.

이를 위해 무(無)의뢰 평가제도 도입, 이해상충방지 강화, 신용평가사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등의 제도개선을 검토한다. 무의뢰 평가제도는 발행사 또는 제3자 등의 요청 없이도 금융투자상품 및 발행사의 상환능력을 평가하고, 평가결과를 구독회원(투자자) 등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아울러 신용평가사 또는 계열사의 영업이나 마케팅 요소가 신용평가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이해상충 방지장치를 강화하고, 신용평가사에 대한 동태적·상시적 감시 체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평가위는 채권평가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채권평가업 시장은 HHI지수 2848로 고집중시장에 해당되나, 집중도는 감소 추세인 것으로 분석됐다.

평가위는 "채권평가업은 등록제를 적용하고 있어 국내 시장 여건 변화에 따른 진입·퇴출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 가능할 것"아이라며 "펀드투자자 보호 등에 중요한 인프라임을 감안해 향후 추가 진입 수요 발생시 시장환경, 산업 구도, 평가서비스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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