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화, 신뢰 한갓 말장난"…대남 단절 조치 실행할까

기사등록 2021/08/11 11:43:43

北, 대결의 길 언급…"우리도 그에 맞는 결심"

"적대 행위 대가…해야 할 일 중단 없이 진행"

대립 국면 전개 소지…당분간 소통 단절 전망

조평통, 금강산관광국 폐기 등 실행 가능성도

[서울=뉴시스]지난 6월3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같은 달 2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 갈무리) 2021.06.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11일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하면서 연이틀 비난 담화를 내놓았다. 남북이 당분간 대화를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한 가운데 북한이 앞서 언급한 대남 관계 단절 수준 조치 실행까지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날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 명의 담화에는 한미 연합훈련 비난과 더불어 남한을 향한 선명한 입장 표명과 행동 예고가 담겼다.

먼저 김 부장은 "남조선 당국은 이번에 변명할 여지없이 자기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외워 온 평화와 신뢰라는 것이 한갓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였다"고 했다.

또 연합훈련을 '대결의 길'로 언급하고 "우리도 이제는 그에 맞는 더 명백한 결심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엄청난 안보 위기", "우리의 선의에 적대 행위로 답한 대가" 등을 언급했다.

나아가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대남 경색 기조와 함께 특정한 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한 지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담화는 전날(10일)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 담화를 재확인하는 형태로 제시됐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위선'으로 평가하고 우리 정부를 향해 "배신적 처사"라는 비난을 했다.

향후 북한 행보는 대화보다는 대립 쪽을 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 대화, 남북 협력 추진에 대한 애로 전망과 함께 당분간 소통 단절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서울=뉴시스]지난달 30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같은 달 24~27일 평양에서 1차 군 지휘관, 정치 간부 강습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2021.07.30 *재판매 및 DB 금지
나아가 북한이 적극적인 대남 소통 기구 폐기 등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북한은 3월15일 김 부부장 명의 대남 담화에서 남북 관계 단절 수준 조치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김 부부장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했다. 실행 시 복원이 어려운 지점으로 남북 관계가 후퇴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 조치들이다.

연합훈련 사전훈련 개시 후 남북 통신연락선이 일제히 멈추는 등 그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통일부, 군 차원 통신선은 전날 오후부터 현재까지 불통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담화 주체인 김 부장이 통일전선부장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향후 북한이 3월15일 담화에서 언급한 대남 조치를 실행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그는 "조평통은 이미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고 금강산 건물 폭파와 군사합의 파기까지도 갈 수 있다"며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미중 관계를 북한이 어떻게 인식, 평가하고 이용하는지를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교수는 "연락 채널 가동 중단이 1단계 행동 조치라면 2단계는 미사일 시험발사 등 긴장을 단계적으로 고조시키는 것과 함께 기예고한 대남 부서 폐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서울=뉴시스]지난달 27일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서울사무실에서 우리 측 연락대표가 유선으로 북한 측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영상 갈무리) 2021.07.27
아울러 "김여정 담화가 대미 비난적 성격이면, 김영철 담화는 대남 비난적 성격이다. 앞으로 외무성, 군부 등 후속 담화가 예상된다"며 "대응 수위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당분간 북미, 남북 교착 소지가 커진 가운데 미중 경쟁과 맞물린 정세 변동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북중 접점 확대 기조 속에서 다자 접근 쪽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견해 등이 오르내린다.

그간 중국은 여러 차례 한반도 문제 관여 의지를 표현해 왔다. 지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례적으로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쌍궤병행(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협상 병행 추진) 구상과 단계적, 동시적 접근 원칙에 따라 한반도 문제를 적절히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았으면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싱 대사는 최근 대북 상황과 관련해 "남북 관계는 개선해야 한다. 서로 같은 민족인데 좋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복잡한 시기에 서로 다들 노력해서 한반도 평화 화해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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