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상용화 목표…이달 중 임상 3상 돌입
3990명 대상으로 안전성과 치료효과 최종 검증
변이 대응도 과제…변이주 이용한 임상 연내 진행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3상에 진입했다. 임상 1·2상이 백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수준이라면 임상시험 3상은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증명하는 마지막 단계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1·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만큼 3상도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1·2상 결과를 분석해 긍정적인 면역반응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등에서 건강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GBP510을 투여한 결과 투약군 전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중화항체 유도 수준도 국제표준혈청(완치자혈청) 패널 대비 5배 이상의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백신 접종 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상사례(주사부위 통증, 피로, 근육통, 두통 등) 외 특별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문제는 임상 3상이다. 임상 3상은 1·2상에 비해 규모가 크고 검증 방식도 엄격하다. 백신이 1·2상을 통과하고도 3상에서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1·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만큼 3상에도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임상 3상은 기존에 허가된 백신과의 비교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임상 3상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하고 18세 이상 성인 3990명(시험백신3000명, 대조 백신 99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임상 3상은 중화항체가(특정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의 양)의 우월성과 혈청반응률(백신 접종 전 대비 항체가가 4배 이상 증가하는 시험대상자의 비율)의 비열등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 개발 성공을 위해 해외 기관들과의 협력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GBP510의 개발 비용은 국제민간기구인 빌&멜린다게이츠재단과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지원한다. GBP510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함께 해온 빌&멜린다게이츠재단과 CEPI는 2억1370만 달러(약 245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왔고 이 중 1억 7300만 달러가 임상3상 등의 연구개발비로 활용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3상과 인허가, 연간 수억 회분 생산 규모의 상업 공정 개발 및 관련 원자재 도입, 변이주에 대비한 추가 연구 등에 연구개발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글로벌 임상3상에는 국제백신연구소(IVI)도 참여한다. IVI는 유럽, 동남아 등에서 GBP510의 다국가 임상3상을 수행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 (PQ) 인증과 각 국가별 긴급사용허가 획득 준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IVI가 이미 세계 여러 국가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을 함께 하고 있는 만큼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임상 진행과 허가의 속도가 보다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의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만간 참여자 모집을 시작해 8월 중 임상시험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3상에 성공할 경우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생산 중이고 노바백스와의 생산 계약도 체결돼 있다. 연간 5억 도즈 가량의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자체 백신 개발을 대비해 공장 증설도 진행 중이다.
최근 코로나19 우점종이 된 델타 변이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은 또 하나의 과제다.
GBP510은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개발된 백신이다. 이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 예방능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 개발 기술로 변이주 항원을 활용한 임상을 연내 진행할 예정이고, GBP510 개발이 완료되면 백신 플랫폼으로 확보해 변이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안전성과 효과성이 담보된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해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전세계의 노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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