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당초 이달 국내 공급 예정이었던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 물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2차 접종을 앞두고 있던 일선 교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갑작스러운 백신 물량 부족 현상으로 접종 주기가 연장됐지만 정작 2차 접종 대상자인 교사들은 정부로부터 이에 대한 공지를 받거나 설명을 듣지 못해 코앞으로 다가온 2학기 개학을 앞두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 등에 따르면 이달 공급 예정이었던 모더나의 백신 공급 물량이 당초 850만회분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모더나 측은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의 여파로 공급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모더나와 계약한 백신 물량은 총 4000만회분으로 2회 접종 기준 2000만명 분량이다. 2차 접종 등을 위해 이달 말까지 915만8000회분이 더 공급돼야 하는데 이달 들어올 예정이었던 물량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공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 셈이다.

추진단은 백신 공급 지연에 대해 모더나 측에 즉각 항의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이같은 공급 차질을 계약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구체적 공급 일정은 협의를 통해 정하는 것으로 계약서상 명시되지 않아 공급 차질을 계약 위반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모더나 공급 차질에 대해 정부는 매우 유감스러우나 법적 대응 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달 예정됐던 국내 백신 공급이 지연되면서 모더나 뿐만 아니라 화이자의 2차 접종 시기도 연장되는 등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2학기 개학을 앞두고 학생들을 대면해야 해 우선 접종 대상자로 분류된 일선 교사들의 혼란이 큰데, 이들은 사전에 공급 물량 부족 및 2차 접종 지연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거리두기 시행에도 전면 혹은 일부 등교를 하는 만큼 교사들은 2차 접종 날짜를 개학 전으로 맞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런 설명이나 공지 없이 갑자기 2차 접종 시기를 2~3주 뒤로 미뤄 학사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불편함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의 2차 접종 날짜도 당초 이달 21일에서 다음달 4일로 갑작스럽게 2주가 연기됐다. A씨는 이같은 변경 사실을 정부 공지가 아니라 전자예방접종증명 앱 '쿠브(COOV)'를 통해 본인 스스로 찾아냈다.

A씨는 "처음 계획됐던 2차 접종 날짜에서 거의 한 달 가까이 밀린 건데 정부로부터 아무런 안내도 없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동료 교사도 앱을 통해 지연된 사실을 확인하고 접종 병원에 전화해서 문의했는데 병원 측도 (지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다른 교사들도 (저한테) 직접 듣기 전까지는 접종 지연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며 "적어도 개학을 앞두고 있는 교사들한테는 정부 차원에서 안내문자라도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른 일선 교사들도 접종 시기 연장과 관련해 아무런 공지 없는 정부 조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약 3000명의 교사들이 모여있는 '전국 교사 단체 대화방' 등에서는 "아직 제대로 공론화도 안 됐는데 당사자에게는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 "개학 일정에 맞춰 짜놓은 수업 일정은 당장 어떻게 하느냐", "학교에서 교직원 백신 접종 날짜에 맞게 학사일정을 조정해놨는데 정말 곤란하다" 등과 같은 반응들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접종 시기 지연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1~2차 권장 접종 간격이 3주, 모더나 백신의 경우 4주인데 백신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접종 시기도 미뤄져 부작용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다.

중등교사 B씨는 "화이자 접종은 3주 간격이 항체 형성에 제일 좋다고 하는데 무분별하게 시기가 미뤄져도 되는 것이냐"며 "정부가 너무 무능력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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