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원폭 투하 76주년…스가, 핵무기금지조약 언급 안해

기사등록 2021/08/09 15:48:56
[나가사키=AP/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9일 일본 남부 나가사키의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원폭투하 76주년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1.08.09.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원폭이 투하된 지 76주년을 맞은 9일 나가사키 시에서 원폭 희생자 추모행사가 개최됐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나가사키 시 평화공원에서 개최된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 위령 평화기념식'(이하 기념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참석자가 예년의 10분의 1정도로 축소됐다. 기념식에는 피폭자와 유족,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총리 및 63개국 대표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 나가사키 시장은 기념식에서 올해 1월 핵무기금지조약이 발효된 데 대해 "핵무기에 의한 참화를 가장 잘 아는 나라이기 때문에 제1차 당사국 회의에 옵서버로 참여해 핵무기금지조약의 성장을 위한 길을 찾아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스가 총리는 인사말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단계적으로 꾸준히 진행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나라(일본)의 변함없는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해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언급하지 않았다.
[나가사키=AP/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9일 일본 남부 나가사키의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원폭투하 76주년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2021.08.09.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의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를 목표로 하는 다자조약으로, 올해 1월 발효됐다. 그러나 미국 등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주요 국가들과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는 한국과 일본 등은 불참을 선언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세계 유일의 피폭국'임을 강조하며 그간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제를 주도해왔으나, 핵무기금지조약에 불참해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있다.

스가 총리는 또 일본 정부가 피폭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피폭 체험자'의 구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히로시마(廣島) 및 나가사키에서는 원폭 투하 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일명 '검은 비'를 맞은 사람들이 건강 이상을 호소했지만, 일본 정부가 정한 피폭지역 밖에 있던 경우에는 피폭이 인정되지 않아 오랜 동안 문제가 되고 있다.

히로시마에서는 주민 84명이 일으킨 검은비 소송에서 히로시마 고등재판소(고등법원)이 올해 7월14일 원고 전원을 피폭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해, 일본 정부는 상고를 포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와 관련해 "히로시마시와 함께 나가사키시와도 잘 상의하고 싶다"며 나가사키 피폭자도 구제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후 발표된 총리 담화에는 나가사키 피폭자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지난 6일 히로시마 시에서 개최된 평화기념식에서는 해당 소송을 언급하며 "원고와 같은 사정이 있는 분들에 대해서도 구제할 수 있도록 조속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나가사키 기념식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이 나올지 주목받았다.

한편 나가사키에는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지 사흘 후인 지난 1945년 8월9일 원폭이 투하돼 당시 나가사키 인구 약 24만명(추정) 가운데 7만 4000여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말 기준 1년간 나가사키 피폭자 3202명이 추가로 사망해, 지금까지 나가사키 원폭 사망자는 총 18만 9163명이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