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치솟은 중고거래 플랫폼…대기업, 협업·투자 눈독

기사등록 2021/08/09 13:33:03

중소거래 시장 규모 20조원으로 2008년보다 5배 성장

당근마켓, 이달 중 1800억 규모 시리즈D 투자 마무리

GS리테일 "당근마켓 투자, 사모펀드서 참여 제안 받아"

롯데, 중고나라 인수…현대百, 더현대서울에 '번개장터'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중고 거래가 인기를 끌면서 중고거래 플랫폼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은 중고 플랫폼과 업무 제휴는 물론 지분 투자를 늘리며 협력을 확대하고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조원으로 2008년 대비 5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심리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중고 거래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최근 공유 경제 확대로 재화에 대한 가치관이 소유보다 사용으로 이동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체면보다는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중고 거래가 일상화됐다.

특히 MZ세대가 필요한 성능을 갖췄다면 중고나 리퍼브 상품도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실용적 소비에 나서면서 중고시장의 매력은 커지고 있다. 운동화, 한정판 등 희소성 있는 제품을 되팔아 차익을 얻는 리셀(re-sell) 재테크에도 적극적이다. 가장 활성화된 리셀 시장은 스니커즈 운동화 분야로 '스니커테크'로도 불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관련 카드 결제 규모는 20~30대가 6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지난해에는 20대의 결제금액 증가율이 전년 대비 68%로 가장 크게 늘었다.

[서울=뉴시스] 당근마켓 월간 이용자수. (그림/당근마켓 제공) photo@newsis.com
중고거래 증가에 힘입어 관련 플랫폼들은 잇따라 벤처캐피털(VC)은 물론 유통 대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당근마켓은 이달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확정할 예정이다. 2015년 설립한 당근마켓은 2016년에는 3억원, 2018년에는 68억원, 2019년에는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에선 시리즈D 투자로 당근마켓이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당근마켓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7월 월간 이용자수(MAU)는 300만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월 700만명, 9월에는 10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1500만으로 집계됐다. 1년 8개월 만에 월간 이용자수가 5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3월 기준 누적 가입자수 2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투자에서 당근마켓과 협업하고 있는 GS리테일이 사모펀드를 통한 투자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GS리테일은 지난달 당근마켓과 손잡고 '마감할인판매' 서비스를 선보였다. 편의점 GS25, 슈퍼마켓 GS더프레시 등 1만6000여 오프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 등을 지역 생활 커뮤니티 앱 당근마켓을 통해 할인 판매하는 서비스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당근마켓과 기존의 여러 제휴 협력은 진행 중이나 직접투자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당근마켓에 투자 의사가 있는 사모펀드로부터 펀드 참여 제안을 받아 검토한 바는 있는데 이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지난 3월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중고 플랫폼 1위인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했다. 투자금은 전체 거래 지분의 20∼30%인 200억∼3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시작한 중고나라는 회원 2300만명, 월 사용자 1220만명이다. 중고나라의 지난해 매출은 역대 최대인 5조원이었다.

롯데아울렛은 지난 4월 중고·리퍼브 전문 앱 땡큐마켓의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시범 운영하며, 중고 유아용품을 정상가 대비 최대 8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프라이스홀릭, 리씽크 등 생활·가전중심 리퍼브 전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3월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국내 사모펀드(PEF) 프랙시스캐피탈로부터 56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월에는 현대백화점이 번개장터와 손잡고 더현대서울에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 랩'을 선보였다. 브그즈트 랩에선 국내에 재고가 없거나 한정 판매돼 구하기 어려운 스니커즈를 구매할 수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소유보다 경험, 체면보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중고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전망"이라며 "중고품 거래를 포함해 리퍼제품 판매, 렌탈 등 광범위한 시각에서 모든 중고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은 지역에 기반한 커뮤니티로 성장하는 기업인 만큼 유통업계와 고객 접점이 크다"며 "협력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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