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 거품 빠지는 IPO 대어들

기사등록 2021/07/28 11:38:31

카카오뱅크, 일주일 새 장외시총 10조↓

크래프톤, 기관투자 수요예측 흥행 저조

증권가 "실제 밸류보다 상장 전 기대감 과해"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배동근 CFO, 김창한 대표이사, 장병규 의장의 모습.(사진제공=크래프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최근 비상장주식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대어들의 주가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상장이 가까워질수록 거품이 빠지면서 실제 공모가에 근접해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상장 기대감이 반영된 장외가격의 고평가 정도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커진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비상장주는 현재 장외주식 거래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에서 5만6500원에 형성돼 있다. 이달 21일까지 8만2500원대를 유지하다가 22일 7만7500원으로 6.06% 떨어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공모주 일반청약 첫날인 26일에는 주가가 7만6000원에서 5만7500원으로 24.34% 급락했다. 최근 일주일 새 시가총액은 33조7961억원에서 23조1452억원으로 10조원 넘게(31.51%) 증발했다.

카카오뱅크 청약에는 58조원 넘는 자금이 몰렸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고평가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공모가 3만9000원으로 코스피 상장 후 예상 시총은 약 18조5000억원 규모다. 금융주 시총 1위인 KB금융과 2위 신한지주에 이어 3위 자리에 직행하게 된다.

이를 놓고 사측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의 금융플랫폼 역할을 강조하며 기존 시중은행과는 기업가치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어디까지나 수익을 내는 본업은 은행이기 때문에 고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비대면 영업은 영업 방식의 차이일 뿐 사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카카오뱅크도 플랫폼이기 전에 은행"이라며 "은행업의 특성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연구원은 "국내 대형 은행 대비 7~12배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제시하는 공모가 범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기대했던 여신 점유율이 과도했다는 점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카오뱅크에 이어 IPO를 추진하는 크래프톤 역시 고평가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곳이다. 크래프톤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전날 마감했다.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으로 400~500대 1 수준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카카오뱅크와 SD바이오센서, HK이노엔 등 IPO 기대주들의 경쟁률이 1000대 1을 훨씬 넘어선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기관들이 희망공모가 최상단 이상을 제시하는 분위기와 달리 하단을 써내는 곳도 나왔다는 전언이다.

크래프톤은 금융감독원의 고평가 지적으로 희망공모가를 45만8000~55만7000원에서 40만~49만8000원으로 10%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공모가가 높지만 크래프톤이 상단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모가를 최상단인 49만8000원으로 결정하면 시총은 24조3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넘어 국내 게임 대장주로 직행하게 된다.

크래프톤의 장외주가는 54만5000원에 형성돼 있다. 5주최고가 59만5000원에서 상장 시기가 다가올수록 공모가에 근접하는 추세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크래프톤의 경우 특정 게임(배틀그라운드)과 국가(중국)에 대한 매출 편중이 과도한 수준"이라며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 당시와 비교해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최근 게임회사들의 상장 후 주가 흐름을 지켜봤을 때, 크래프톤도 현재 수준 이상으로 더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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