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국보·보물등 총 77점 전시
사전 예약은 이미 한달치 매진
거리두기 적용 관람 시간 30분 제한
국보와 보물이 쏟아진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 화제속에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한달치가 매진될 정도로 관람 예약도 뜨겁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1일부터 공개한 전시에는 국보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보물인 삼국시대 금동불 '일광삼존상',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 등 총 77점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총 2만1600여 점중 먼저 선별된 작품들이다.
사전 예약에 성공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람 시간 30분은 야속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50대 여성인 A씨는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작품을 보니 너무 좋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면서 "천천히 자세히 오래 보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 확산세속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30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수경 학예연구관도 안타깝다고 했다. 이 학예연구관은 "언제든 볼 수 있어 산책하듯 감상하는 상설전시 관람객과 달리, 이 특별전에 오는 관람객 대부분은 힘들게 예약했고 전시장을 나가면 다시 못 들어온다고 생각에 꼼꼼하게 감상하는 관람객이 많다"는 전시장 풍경을 전했다.
이수경 학예연구관은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호기심에 전시를 보러 왔다가 실제로 작품 규모와 명품의 면모에 놀라는 관객들이 많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 '명품 성찬'을 30분만에 즐기기에는 아쉽다는 관객들을 위해 이수경 학예연구관이 추천한 작품 10선을 소개한다. 명품중의 명품속 꼭 챙겨봐야 할 작품이다. 전시는 9월28일까지.
◇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
이번 전시 하이라이트다. 정선의 걸작 '인왕제색도'는 긴 장맛비가 갠 후 바위들은 물기를 머금어 묵직해 보이고 수성동과 청풍계에 폭포가 생겨난 인왕산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겼다. 이 학예연구관은 "정선은 그림의 대상인 인왕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인왕산 곳곳을 다 그렸다"며 "정선 특유의 빠르고 자신감 있는 필치, 시원한 맛이 도는 묵색, 자연스러운 공간감이 잘 표현된 걸작"이라고 꼽았다. ◇ 일광삼존상 (국보 제134호)
삼국시대 6세기에 제작된 이 불상은 위쪽 끝이 뾰족한 광배를 배경으로 보살상과 승려상 두 구가 함께 자리했다. 구리, 주석, 납을 섞어 주조한 후 표면에 금칠했다. 8.8㎝로 작지만, 세부 표현이 섬세하다. 광배에는 보살 몸에서 나오는 신성한 불꽃무늬를 치밀하게 새겨 성스럽고 고결한 느낌을 준다. ◇ 보살상 (보물 제780호)
구리에 주석을 섞어 주조한 뒤 금을 입혀 만든 이 금동보살상은 뛰어난 제작기술과 높은 미적 감각을 보여준다. 8등신에 가까운 늘씬한 몸과 팔을 부드럽게 휘감은 천과 구슬 장식에서 유려함이 느껴진다. 삼국시대 말기의 특징을 지니면서도 통일신라 조각의 새로운 양식을 예고하는 불상으로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다.◇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국보 제235호)
고려 14세기 제작된 '대방광불화엄경'은 화엄경이라고도 불리며 법화경과 함께 한국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이다. 보현보살의 10가지 행원(중생 구제를 위한 마음과 실천법)을 담았다. 사경 첫머리에 경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그림이 있다. 섬세하고 광택이 아름다운 금선으로 불경 내용을 장엄하게 표현했다.◇ 천수관음보살도 (보물 제2015호)
우리나라에서 천수관음보살 신앙은 '삼국유사'에 확인될 정도로 역사가 깊지만 그림으로 전하는 천수관음보살도 그림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천수관음보살은 많은 손과 눈으로 중생을 구원한다. 고려 14세기에 제작된 이 천수관음보살은 얼굴 11면과 손 44개를 지녔다. 각각의 손에 좋은 의미를 지닌 물건이 들려 있다. 광배에 수많은 눈을 그려 '천안'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보물 제1390호)
병의 형태가 떡을 칠 때 사용하는 나무 몽둥이인 떡메처럼 생겼다고 하여 '떡메병'이라 불린다. 고려 말부터 즐겨 그렸던 중국 동정호 주변의 소상팔경 그림 중 동정추월이 병전면에 그려있다. 넉넉한 몸체가 너른 강과 산이 되어 한없이 유유자적한 느낌을 잘 살렸다.◇ 청동 방울 (국보 제255호),
청동이란 신소재는 기술 발달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계급사회의 출현을 증언한다. 철기시대에도 청동기는 권력층의 소유물이었다. 이 청동 방울들은 당시 최고 권력자인 제사장이 주술 의식에 사용한 귀한 도구로, 사용자의 권위와 힘을 상징한다. 종류가 다양한 방울들이 함께 전해져 가치가 더욱 높다.◇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 (보물 제776호)
금은 녹이 슬지 않고 광택이 변치 않으므로 최상의 가치를 지닌 금속이었다. 가공도 쉬워 아름다운 금 세공품이 많이 전해진다. 삼국시대 5-6세기에 순금판으로 만든 이 칼 손잡이 장식에는 서로 엉켜 있는 용 두 마리의 문양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고리 안쪽의 용은 구리에 도금했다. 도금이 벗겨져 녹이 슬었지만 용의 눈에 박은 청색 유리구슬이 생동감을 더한다.◇ 석보상절 권11 (보물 제523-3호)
'석보상절'은 석가모니 부처의 일대기를 자세히 또는 간략히 기술했다는 의미다. 여러 한문 불교 서적의 내용을 편집해, 구어체로 이해하기 쉽게 풀고, 훈민정음으로 표기한 책이다. 15세기 초간본을 조선 16세기에 재간한 이 책은 15세기 우리말, 한글 활자의 조형미를 알 수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 책에는 아래아, 반시옷, 여린 비읍 등 현대에는 없는 발음과 글자, 글자 왼쪽에 음의 높낮이를 표시하는 방점이 있다.◇ 월인석보 권11 (보물 제935호)
'월인석보'는 1447년 완성된 '석보상절'과 세종이 1447년 무렵에 노래 형식으로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세조의 명으로 합치고 수정해 간행됐다. 구성은 '월인천강지곡' 구절을 먼저 적고, '석보상절' 구절로 이를 해설하고, 다음 작은 글씨로 보충 설명을 넣는 방식이다. 월인석보에는 편집 디자인 측면에서 숨겨진 비밀이 있다. 가장 큰 글씨로 세종 임금을 높였고 중간 글씨로 세조 임금이 쓴 글을 표기하고 한 줄 낮게 배치했다. 가장 작은 글씨로 상세 설명을 붙였다.◎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