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예능은 시대별로 유행을 탄다. 버라이어티가 한시대를 풍미했다면 요즘엔 '관찰' 예능이 대세다. '요리', '육아', '연애' 등의 예능은 여전히 인기다.
특히 먹방'유행속 각종 요리 프로를 탄생시켰다. '냉장고를 부탁해'(JTBC, 2014~2019)로 대표되는 일명 '쿡방'이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최원석, 이연복을 비롯해 샘킴, 강레오, 이원일, 미할 스파소프 아슈미노프 등 여러 요리사 등이 방송을 종횡무진했다.
하지만 결국 백종원만이 살아남았다. 그는 요식업자이자 기업가이지만 '쿡방'의 대부처럼 등극했다. 지상파 공중파 유튜브 OTT까지 휩쓸고 있다.
KBS 2TV '백종원 클라쓰',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글로벌 푸드 편', 티빙 '백종원의 사계', 넷플릭스 '백스피릿' 등 총 4개의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SBS에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2018.1~), '맛남의 광장'(2018.1~)을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MBC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백파더 : 요리를 멈추지 마!' 시즌1을 방송했다. 백종원 '사단'이라 할 수 있는 양세형, 유병재가 자주 함께한다.
이들 프로그램 중 '맛남의 광장'을 제외하고는 프로그램 문패에 모두 '백종원' 이름을 달고 있다.
이쯤되면 백종원이 장르다. 그는 어떻게 예능의 장르의 됐을까?
방송인은 역시 이미지다
다만 요리계에서는 그를 요리사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도 요리사라 불리기를 꺼려 했다. 그는 자신을 '요리하는 사람' 정도로 소개하길 바랐다. 하지만 여러 프로그램에서 그는 '해박한' 요리 지식을 자랑하며 양세형, 유병재, 김희철 등의 여러 애제자를 키웠다. 이들을 포함해 여러 방송인들은 그를 '백 선생님'이라며 따랐다.
'백종원 레시피'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유튜브를 장식했다. '맛남의 광장' 방송 중에는 강원도 농가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 처분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이마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판로 개척에도 힘쓰는 '바이브'(멋진 모습)도 보여 줬다.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2018년에는 10월12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님 너무한 거 아닙니까"로 목소리를 높인다. 그에게 골목상권의 손님을 빼앗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설교를 한다. 대중은 '국개의원'에게 야유를 보낸다.
한 종합편성채널 PD는 "장르적 재미와 캐릭터를 보장받고 갈 수 있다는 점, 연령층이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전 연령층에서 인지도와 이미지가 좋다는 점"을 그의 강점으로 꼽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백종원씨는 고정팬, 마니아층이 있어서 기본 시청률은 보장되는 것 같다. 팬이 아니더라도 주위에 백종원을 싫어한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백종원씨가 평소에 요식업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잘 됐으면 한다는 말을 하고 선행도 많이 배풀었고 '다 같이 잘 살자'는 식의 마인드를 많이 보여 줬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크게 거부감이 없는게 장점인 것 같다"며 역시 방송에서 드러나는 그의 '인간성'을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요리 연구가인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을 포함한 일부가 그를 비판했을 때도 그는 "제가 방송에서 하는 음식은 자전거로 얘기하면 '세발 자전거'다. 누구나 탈 수 있는 시작 단계를 의미한다. 셰프가 사이클 선수라면, 전 자전거포 주인이다. 많은 분들이 자전거를 잘 탈 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 '한식을 제대로 알리겠다며 KBS에서 '백종원 클라쓰'라는 예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요리 초보인 외국인들을 데리고 대표 한식을 가르치는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인들이 한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외국인 대상으로 한식 수업(클래스)을 진행해 한식을 전 세계에 제대로 알리는 데 목적을 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제작의도를 제대로 알았다면 섭외에 응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백종원은 요리 연구가이긴 하지만, 어떻게 하면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내는가를 강조하는 방법을 주로 전수하는데, 한식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식 분야 대가를 데리고 오거나 더 다양한 요리 전문가들과 함께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청률 때문에 지나치게 답습적이라고 본다. (그가) 요리 연구가 인지도 의심 된다. 요리를 조리 수준으로 만들곤 한다. 인스턴트 푸드 비법이 그의 콘텐츠다"라고 일갈했다.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글로벌 푸드 편'에서는 내레이션(해설)까지 맡아서 세계적으로 유래가 깊은 음식의 역사와 배경, 지식을 전달한다. 물론 제작진의 철저한 사전조사와 대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밥 뱁선생'(tvN)에서는 만능 간장을 만들던 중 돼지고기 한 근을 500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진이 이를 정정하자, 백종원은 "모르는 게 아니라 헷갈렸다"고 변명했다. 김구라는 백종원의 변명에 "근이 무슨 시세에요?"라고 핀잔을 줬다.
방송인이기에 앞서 기업인
1994년 설립된 더본코리아는 백종원 대표가 76.69%, 강석원씨가 23.31%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신포차·새마을식당·빽다방·홍콩반점 등 20여 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2017년 더본호텔 제주를 통해 숙박업에도 진출했다. 예덕학원을 통해 교육업도 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백 대표의 인기상승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하면서 2016년 매출액이 1749억원으로 2015년 510억 대비 3배 정도 증가했다.
그가 대중에게 얼굴을 각인하고 전폭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마이 리틀 텔리비전'(MBC)는 '2015년'에 방송됐다.
올해 3월 기준 전 브랜드 매장 수만 1770여 개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5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그는 현재 '골목식당'라는 TV 프로그램과 여러 기관·단체를 통한 협업을 통해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적어도 대중은 그렇게 알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국감에서 그는 "'먹자골목'과 '골목상권'은 다르다"며 "프랜차이즈 본사는 골목상권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먹자골목에 들어가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2016년 가장 영향력 있는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현정의 뉴스쇼'(CBS)에서 출연했다. 진행자인 김현정 PD는 "5년 만에 점포 수가 4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최 회장은 "대한민국 에 이런 역사적인 유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현정은 "그런데 이 점포들이 현재 골목상권을 위협할 정도"냐고 물었다.
최 회장은 "백종원씨는 어떤 브랜드들이 오픈할 때, 주변 상권하고의 제대로 된 관계 설정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최 회장은 더본코리아 브랜드 식당이 오픈을 하면 주변의 같은 업종의 식당을 장사 의욕을 잃고 폐업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종원이 폐업의 원인이 상품의 질보다는 백종원이라는 브랜드 가치, TV를 통해 얻는 백종원이라는 '광고 효과'가 '반칙 행위'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방송이 요식업 대표를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홍보 해 줘도 되는 건지"라며 "방송법의 한계"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청자들이 그에 대한 환상을 깨야 한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그를 골목상권 파괴자라고 한다. 일반 시청자들은 자영업과 거리가 머니 (실상을) 알지 못한다. 이래저래 자영업자들은 힘들어 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종합편성채널 PD는 "실패하지 않는 방송 아이템인 '음식' 업계에서 압도적인 분이니 앞으로도 방송에서는 꾸준히 보이시지 않을까"라고 예측했다. 케이블TV 채널 관계자는 "음주운전, 사기 등 큰 사고가 없는 한 밥상의 김치처럼 꾸준히 등장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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