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제74회 칸국제영화제는 전 세계에서 달라진 한국 영화의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한국어로 개막을 선포했고, 마무리도 한국 영화인이 장식했다.
영화제 측이 개막 직전에야 '봉준호가 칸에 돌아온다'고 깜짝 발표했다. 6일(현지시간) 개막식에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한 그는 "작년에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제가 열리지 못했다.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제에 한번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티에리 프리모 칸 집행위원장이) '연결해 달라'는 말을 해줬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영화제는 잠시 멈췄을지언정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이후로 수백 년 동안 이 지구상에서 영화는, 시네마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모두를 감동케 했다.
그는 "아비에르토(Abierto), 우베르(Ouvert), 선언합니다, 오픈(Open)!"이라며 스페인어·프랑스어·영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4개 국어로 개막을 선언했다.
이병헌은 17일(현지시간) 오후 한국 배우로는 처음 칸 영화제 폐막식 무대에 올라 노르웨이 영화 '더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레나트 라인스베에게 여우주연상을 전달했다.
시상에 앞서 이병헌은 프랑스어로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을 향해 인사를 건넸고, 영어로 폐막식에 오른 소감을 밝히며 유머도 선보였다.
이병헌은 "올해 영화제는 저에게 특별하다. 나의 친구들인 봉준호가 개막식에 있었고, 송강호는 심사위원이다. 또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와는 같은 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헌의 재치 있는 발언에 2천 석이 넘는 객석에서는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고, 리 위원장도 눈과 입을 씰룩거리며 즐거워했다.
송강호는 칸 영화제 사상 첫 흑인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과 함께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이날 그는 감독상 수상자로 뮤지컬 영화 '아네트'를 선보인 프랑스 감독 레오 카락스를 호명했다.
영화로는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비경쟁 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당신 얼굴 앞에서'가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됐다.
홍상수 감독을 비롯한 '당신 얼굴 앞에서' 팀은 불참했고, '비상선언'의 한재림 감독·배우 송강호·이병헌·임시완은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한편 칸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여성 연쇄살인범이 경찰을 피해 행방불명된 소년인 척하며 그 소년의 아버지를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줄리아 듀코나우 감독의 '타이탄'(TITANE)이 차지했다.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1993년 제43회 시상식에서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가 수상한 후 무려 28년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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