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위백서·독도영유권 주장 등으로 자극
8월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 연장 여부 주목
미국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북한은 비핵화와 확산 금지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역행하고 있으며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군사력을 증강하고 해경법을 시행하는 등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절실하지만 미국의 뜻과 달리 한일 양국은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한일은 최근 일본 외교청서와 방위백서, 한국 외교백서와 국방백서를 통해 충돌했다. 양국은 가치관과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파트너임을 부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이번에 발표한 방위백서에서 2018년도 한국 해군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P-1 해상초계기 간 공해상 대립, 한국 해군의 독도 주변 해역 군사훈련 실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논란 등을 자기 입장에서 열거한 뒤에 한국 국방당국의 부정적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방위백서는 한국 해군의 독도 주변 군사훈련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일본은 지난 6월 한국 해군이 독도 주변 해역에서 한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문제 삼았다. 아울러 일본은 한국의 국방비 증가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연계시켜 이를 일본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했다.
이 같은 방위백서 내용은 한미일 안보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세계 유일의 단일지휘체제인 한미연합사와 연합사단을 두고 있으며 해외 최대 미군기지인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과 2016년 안보법제를 통해 미일 일체화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은 대(對)중국 견제와 대북 압박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중 전략적 경쟁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경우 한미일 공동대응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남북한 간 군사적 충돌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발생해왔다. 현재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곳은 동중국해와 센카쿠열도다. 이에 따라 이 해역에서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다자간 안보대화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동북아 해공역에서의 충돌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한미일이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유엔 대북제재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 불사용 원칙에 관한 역내 국가 간 선언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징이 된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이 향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음 달이면 양국이 협정 연장 여부에 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전문가들은 협정 연장을 계기로 한일 간 안보 협력을 복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강경 충남대 박사는 '한일 GSOMIA의 군사적 함의 고찰' 논문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 역사왜곡 등 정치적 현안과는 별개로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위협에 실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탈정치화(脫政治化)를 통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한국이 당면한 안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핵심기제인 지소미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한반도 유사시에 주일미군과 유엔사령부의 원활한 후방지원을 위해서는 일본 자위대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한일 지소미아와 더불어 2011년에 합의된 바 있는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의 재검토가 요망된다"고 조언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국제학연구소장은 '지정학적 환상을 넘어선 한미동맹의 동기화 전략'이라는 글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해 공동 대처가 요구되는 동아시아지역에서 한국과 일본이 갈등 관계에 있을 경우 중국에 대한 공동전선을 펼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한일 분단책에 역이용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동아시아 지역관리 차원에서도 한일관계의 복원과 정상화를 종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일 간 전략적 이격(strategic estrangement)이 아니라 전략적 제휴(strategic alignment)가 한국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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