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이준석 당대표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여야 합의를 번복한 것과 관련 "실망스럽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의원만 "합의사항을 왜곡하지 말라"며 옹호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난리"라며 "재난지원금을 주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들에 대해 현실적인 손실보상을 책정하는 방향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에게 용돈 뿌리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실효성도 적고 가계에 큰 도움도 안된다. 이런 추경은 저는 반대"라고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고 알려졌다"며 "코로나가 안정된 후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을 미루어보건대, 지원금 지급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이런식의 판단은 실망스럽다"며 "저는 그간 전국민대상 지원금을 지급할게 아니라 자영업자의 생존자금으로 지급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런 제 주장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을 표로 보니까 금액을 줄여서라도 전국민에 지급하려고 하는 여당의 의도를 비판해야지,  야당도 동의했다며 숟가락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표는 동의해 준 야당에는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여당이 더 좋아하는 의도대로 동의해준 것"이라며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다. 의원총회에서 다시 물길을 돌려야한다"고 했다.
경제통인 윤희숙 의원도 비판에 동참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의 전선은 다음 세대가 희망을 못보는데도 온힘을 다해 시스템을 고치기는 커녕 국민의 돈을 선심성으로 뿌리며 철지난 이념과 자기들 패거리만 챙기는 후진 정치를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에 형성돼있다"며 "그런데 어제 양당대표간의 '전국민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의 전투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대표의 사후적인 변명이 내세우는 것처럼 추경액수를 늘렸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문제는 이들이 4년 내내 국민을 현혹시킨 전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지지자를 꼿꼿이 세우고 합리적인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철학의 붕괴"라고 일갈했다.

반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여야 당대표 합의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제왕적 당 대표'라고 이준석 대표를 공격했다"며 "여야 당대표간 실제 합의된 내용까지 왜곡하며 침소봉대해서 내부 공격을 가하는 것은 자해정치"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밝힌 어제 합의사항의 핵심은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추경재원을 우선 집중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그동안 우리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으로 큰 성과다. 일각에서 오해하고 있는 국민 100% 재난지원금 제공은 합의 사항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합의를 본말을 전도해 이준석 대표가 마치 퍼주기식 재난지원금에 전적으로 합의한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 대표가 합의한 것처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추경재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12일 만찬회동을 갖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현행 소득 하위 80%가 아닌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거센 국민의힘당내 반발에 직면한 이 대표 측이 전국민 지원 합의를 번복하면서 양측의 합의 내용은 불과 100분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이 대표는 여야 합의 소식이 전해진 후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강력 반발하자 원내지도부와 급거 회동을 가진 후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을 통해 합의 내용 정정 발표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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