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 현장에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 제보 이어져
NO마스크에 턱스크…불과 10cm 거리두기 목격담
회사, 사장 담화문·공문 통해 방역수칙 준수 당부
울산시, 노동특보 핫라인 가동....현장점검 추진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울산에서도 지난 9일 30명이 감염되는 등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10일 현대중공업 노사와 사내협력사 등에 따르면 노조는 2년 2개월 넘게 표류 중인 2019년 임금협상과 2020년 임단협 등 2년치 교섭 타결을 촉구하며 지난 6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첫 날 조경근 지부장 등 노조 간부 2명은 울산 본사 판넬공장 앞 40미터 높이의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크레인 아래에는 대형 텐트 10여개가 설치됐으며 회사 추산 40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추산한 파업 참가 조합원은 회사 추산치의 2배 가량인 800여명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은 총 8000여명 정도다.
야간에도 100여명이 텐트에서 노숙하며 농성 현장을 지키고 있으며, 주말에도 조합원 수백명이 모여 비상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는 농성 현장에 수백명이 모여있는 만큼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조합원과 사내협력사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목격한 모습은 이와는 정반대여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마스크를 아예 쓰지 않거나 턱에만 걸쳐 입을 그대로 드러낸 채 대화를 나누는 조합원들이 수두룩하고,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며 웃고 떠드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무직 직원은 "텐트 안에 10명 넘게 빼곡히 앉아 있는 걸 목격했으며 서로간 거리는 불과 10㎝도 안돼 보였다"며 "여러명이 나란히 누워 유튜브를 보거나 모바일게임을 하는 조합원들도 있어 파업 현장이 마치 코로나 청정지대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집회 시에는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 서로 1m 이상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적극 준수하고 있다"며 "다만 좁은 텐트 안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방역수칙이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울산시가 지난 1일부터 적용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는 100인 이상의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도 인원 수 산정에서 제외되지 않기 때문에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집회는 방역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대규모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 정부는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에는 오는 12일부터 4단계 거리두기 지침이 적용됨에 따라 1인 시위 이외의 모든 집회가 전면 금지된다.
특히 현대중공업 파업 참가자들의 경우 천막 안 좁은 공간에 수백명이 오랜 시간 밀집해 있기 때문에 민노총 집회보다 감염 위험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특히 지난 8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지역의 한 어린이집 관련 집단 확진이 발생해 이날 오후 현재까지 모두 3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황이다.
인근 지역이라 파업 참가자가 확진자와 접촉했을 수도 있고 단 1명만 감염돼도 그야말로 대규모 집단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실제 사내 연쇄감염 사태가 터져 직원 6명이 잇따라 확진됐고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2000여명이 단체로 진단검사를 받는 잊지 못할 경험도 했다.
회사 역시 파업 현장 내 방역수칙 위반 관련 내부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지난 9일 담화문을 내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방역지침까지 위반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며 노조에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울산시 역시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 내 방역수칙 준수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울산시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만큼 시 노동특보의 핫라인을 통해 노조 집행부에 방역지침을 반드시 준수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하겠다"며 "동구보건소와 함께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볼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해 보겠다"고 전했다.
노조는 파업기간을 기존 9일까지에서 오는 16일까지로 1주일 더 연장한 상태다.
현대중 노사는 지난 2019년 5월 초 임금협상을 시작했으나 2년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교섭 직후 회사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업 참가자 징계, 고소·고발 등 노사 갈등이 불거져 협상 역시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교섭은 해를 넘겨 표류했고 지난해 11월 초 미뤄놨던 2020년 임단협까지 시작되자 노사는 2년치 교섭을 통합해 진행하고 있다.
노사는 올해 2월 초와 3월 말 2차례에 걸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이어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잇따라 부결됐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등을 포함한 3차 제시안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는 2차 합의안 수준 이상으론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6일부터 전면파업과 함께 크레인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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