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노동조합과 9일 오후 교섭 가져
노조 측, 공동조사단 구성 등 다시 요구
서울대, 모두 거절 의사…"학교가 조사"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노동조합) 측과 서울대 측은 이날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임금 협상 등 논의를 위한 교섭을 진행하면서 이같은 의견들을 나눴다. 교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30분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노동조합 측은 당초 유족과 함께 밝혔던 ▲진상 규명을 위한 산재 공동조사단 구성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 ▲유족에 대한 서울대 차원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대 측은 이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청소노동자 A씨의 유족인 남편과 노동조합이 1순위로 꼽았던 산재 관련 공동조사단 구성의 경우 서울대는 인권센터를 통해 이미 학교 차원의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만큼 이를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는 전날 내부 회의를 거쳐 청소노동자의 사망이 학교 측의 관리팀장 등의 직장 갑질과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대는 A씨의 유족들에게 사과를 하라는 요구안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측은 '유족들에게 인간적으로는 미안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사과를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강압적인 인사 관리 방식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사 협의체 구성 요구안에도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울대 측은 이날 노동조합 측과 만나 임금 협상 등을 논의하면서 숨진 청소노동자 관련 공동조사단 구성 등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맞다면서도 요구안들에 대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는 부분은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노사가 함께 하는 공동조사단 구성은 총장단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라며 "당장 서울대에서 학교 인권센터를 통해 진상조사를 하기로 결정한 만큼 그 결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50대 여성 청소노동자인 A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이나 타살 혐의점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A씨를 비롯한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달 새로운 관리팀장이 부임한 이후 매주 청소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을 보고 회의에 참석할 때 정장을 입고 오라는 지시 등을 받으며 심적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민주화 교수협의회(민교협)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두 번이나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서울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이 마땅하다"며 "다른 어느 조직보다 높은 사회적 책임감이 요구되는 교육기관, 그것도 한국의 고등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으로서 서울대 당국과 구성원들의 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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