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취소 통보·'배짜라'식 예식장에 난처한 신랑신부
공직사회, 방역고삐 단단히 죄는 중…"확산 막겠다"
[수원=뉴시스] 변근아 이병희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이 발표된 9일 시민들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면서도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4단계에서 사적모임은 오후 6시 이전 4인, 오후 6시 이후에는 2인까지만 허용된다. 결혼식과 장례식 등은 친족 참석만 허용되며, 유흥시설 집합금지는 유지된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자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 제공도 유보된다.
자영업자들은 이날 갑작스런 발표와 오락가락한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에 울분을 터트렸다.
수원에서 아귀찜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57)씨는 "7월에 풀어준다고 했다가 다시 미뤘다가 오락가락 행정에 손님들은 다 떠나고 있다"고 했다. "누가 아귀찜을 1~2명이 먹으러 오나. 저녁장사는 그냥 망했다고 보면 된다. 말 그대로 폭망"이라며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은 알겠는데, 어쩌라는건지 대책이 없다. 외식사업은 그냥 망했다고 봐야한다. 이러다 진짜 거리에 나앉거나 죽겠다"고 호소했다.
숙박업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해 바닷가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정모(45)씨는 안 그래도 여름 성수기에도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4단계 격상 소식에 허탈한 심경을 드러냈다.4단계에서 숙박업소는 객실 내 정원기준 초과 금지, 숙박시설 주관 파티 등 행사 금지, 전 객실의 3분의 2 운영 등을 지켜야 한다.
"오늘 아침 정부 발표를 보고 걱정이 많아졌다. 이번 주말까지는 예약된 손님을 받고, 다음 주부터는 3명 이상 예약된 객실은 손님들에게 연락해 환불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름 성수기에 바닷가 앞 펜션인데도 어차피 3분의 2도 안 찬다. 혹시 그 이상 예약 들어오면 취소해야지 뭐 어쩌겠나.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겠지만, 요즘 운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르바이트 청년들도 울상이다. 방학 기간 또는 휴학 중인 대학생들도 어렵게 얻은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쫓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광명에 거주하는 대학생(23)은 "PC방 야간 알바를 해 왔으나 4단계 시행 발표가 나자마자 PC방 알바 단톡방에 '알바를 그만둬야겠다'는 글이 올라와 바로 잘렸다"고 하소연했다. "또 어디서 어떤 알바를 구해야 할지, 구할 수는 있을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결혼식을 앞둔 시민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7일 가족 결혼식을 앞둔 김모(29)씨는 "4단계가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스럽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하객들이 차편을 예약해놨다는 연락도 있었는데 오지 말라고 해야하나 고민 중이다. 당장 다음 주라 더 걱정이다"고 털어놓았다. "금액적인 부분에서도 식사와 별도 선물까지 마련했는데 하객이 안 와도 식장에 강제로 결제해야 한다. 이걸 다 싸 들고 갈 수도 없고 어쩔 줄 모르겠다"면서 "돈도 돈이지만 축하해주러 멀리서 오려고 했던 하객들이 마음이 상할까 봐 더 걱정"이라고도 했다.
식장에서 일방적으로 예식 취소 통보를 받은 케이스도 있다. 18일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랑 A(32)씨는 "갑작스럽게 일정 취소 통보를 받아 너무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예식장과 연락해 보고 계속 말이 안 통하면 고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대로 하객 식대를 미리 정해 계약하는 결혼식장 특성을 악용한 '배째라'식 영업 사례도 있다.
B(29)씨는 "친족 만 참석 가능하다는 말도 안 되는 조건에서 예식장은 배째라식이다. 취소는 안 되고, 미루면 비용이 더 올라간다고만 하니 난처하다. 지하철, 만원버스, 영화관, 수백명 모인 회사도 되는데 결혼식만 왜 제한을 두나"라며 '상식'을 강조했다.
1주 차이로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받지 않아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이번 주말인 10일 자녀의 결혼식이 예정된 이모(63)씨는 "거리두기 4단계가 12일부터 적용돼 이번 주 예식은 식장 안에 100명이라도 참석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식사 예약을 300명으로 했는데 분위기상 하객마저 오지 않으면 고스란히 음식값을 다 지불해야 할 판"이라면서도 "아마 다음 주 예식날짜를 잡은 사람들은 가족끼리만 치르게 돼 더 난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화된 방역대응에 공직사회도 고삐를 단단히 죄고 있다.
경기도는 14일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종전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기관별·부서별 전체 인원의 3분의 1이상이 재택근무를 해 왔다.
각 지자체도 재택근무 등을 통해 사무실 밀집도를 완화해 왔다. 용인시는 지난 3~6월 재택근무(20~30%)를 의무사항으로 유지해 오다가 7월부터 권장으로 전환했다. 성남시는 지난 1일부터 시 자체 특별방역기간을 정해 30%이상의 직원이 휴가, 재택근무, 유연근뮤 등을 선택하도록 했다.
다만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만큼 복무규정을 재검토해 강화된 방역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정부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방역조치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직사회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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