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서울대, '갑질 의혹' 조사

기사등록 2021/07/08 18:14:55

총장 직권으로 갑질 여부 조사하기로

서울대 인권센터에 객관적 조사 요구

담당자, 조사 기간 중 업무 전환 예정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50대 이모씨가 근무했던 기숙사 휴게실의 모습. 2021.07.07.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다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이 고된 노동과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학교 차원에서 총장 직권으로 '갑질 여부'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갑질 의혹을 받는 팀장은 조사 기간 동안 다른 업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미화원 사망에 관해 총장 직권으로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침해 여부의 객관적인 조사를 서울대 인권센터에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해 청소노동자들에게 업무와 관련 없는 내용의 시험을 보게 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논란에 휩싸인 안전관리팀장은 인권센터 조사 기간 동안 다른 업무로 전환될 예정이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청소노동자 50대 A씨가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지난 6일 발견됐다.

당시 A씨 가족은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A씨가 귀가하지 않고 연락도 안 되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이나 타살 혐의점은 보이지 않는다"며 "과로사인지 등 여부는 (학교 측에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이씨에게 극단적 선택이나 타살 혐의점은 보이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유족과 노동조합(노조) 측은 다음날인 지난 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가 생전 서울대 측의 갑질 등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들에게 정장을 입게 하는 등 용모를 단정히 할 것을 강요하고 학교 내 시설물의 이름을 한자로 쓰게 하는 등의 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험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해 점수가 낮은 청소노동자들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게 노조와 유족의 주장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씨의 남편은 "코로나19로 학생들의 배달음식 주문이 늘면서 쓰레기의 양도 늘었지만 학교는 어떤 조치도 없이 군대식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했다"며 "제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로 그 어느 누구도 퇴직당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챙기고 노사 협력으로 대우받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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