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해경이 개인신상 발표해 명예살인"
인권위 "도박 채무 공개, 객관적이지 않아"
'정신적 공황상태' 발표에 "불공정 판단"
해경 발표 주도한 국·과장에 징계 권고
인권위는 7일 "해양경찰청이 중간수사를 발표하면서 실종 동기의 정황으로 고인의 사생활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피해자를 '정신적 공황 상태'라고 표현한 행위는 피해자·유족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모씨 유족은 지난해 11월 "해경은 민감한 개인신상에 대한 수사 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 명예살인을 자행했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에게는 도박하는 정신공황 상태의 아버지를 뒀다는 낙인이 찍혔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진정 대상은 김홍희 해양경찰청장과 당시 윤성현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형사과장 등이었다. 페이스북에 '월북을 감행하면 사살한다'는 취지의 글을 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포함됐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해경청은 2차 중간수사 발표에서 피해자 채무총액과 도박채무액을 공개하고, 3차 중간수사 발표에서 피해자의 금융거래 내역 등을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발표한 채무금액은 충분한 자료나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라고 볼 수 없고, 내용이나 취지 등으로 봐도 공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고인의 채무상황 등에 대한 수사 내용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이기도 하면서 명예와도 직접적이고 밀접히 관련되는 점 등으로 볼 때 국민의 알권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인권위는 또 해경이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점도 문제라고 봤다.
인권위는 "피해자 월북 가능성에 대한 자문에서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라는 의견은 있었으나, 일부 전문가의 자문의견으로 공정한 발표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냈다.
이같은 판단 바탕으로 인권위는 당시 수사 발표를 주도하고 적극 관여했던 윤 국장과 김 과장을 경고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실종·변사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 명예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인권위는 신 의원의 페이스북 글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정치적 주장을 한 것에 불과해 국회의원의 업무수행과 관련된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각하 판단했다.
한편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해경은 3명 중 2명의 전문가로부터 도박장애 여부를 진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종자가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으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이라고 발표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해경이 그동안 월북이라고 주장해온 근거는 허위일 뿐만 아니라 신빙성이 없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청장과 윤 국장, 김 과장은 유가족에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