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안해"…與 추격주자 '설화 리스크' 집중 부각

기사등록 2021/07/05 16:45:27

李 "영남 역차별" "美 점령군" "기본소득 1공약 아냐"

이낙연 "말 파장 생각해야" 정세균 "불안한 발언"

호남서 '영남 주자' 약점 공격도…"지역주의 망령"

박용진, 기본소득 선회 맹공 "말 바꾸기·표리부동"

정면돌파할 듯…尹 공격에 "구태 색깔공세" 응수

[청주=뉴시스]전신 기자 = 4일 충북 청주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서 이재명 예비후보가 면접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7.0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당내 추격주자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공식 출마선언 후 이 지사의 일련의 발언이 경쟁자 공세의 표적이 되고 있다. 거침없는 즉문즉답 화법을 구사하는 이 지사가 설화에 휘말리자 대선후보 불안정성을 집중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재명=불안한 후보' 이미지를 내세워 여권 대선주자 1위인 이 지사를 크게 흔들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발언들은 지난 1일부터 이틀간 공식 출마선언 후 고향인 경북 안동과 호남을 찾은 일정에서 나왔다.

우선 경북유교문화회관에서 지역 유림 인사와 만난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영남과 호남을 분할해서 지배전략으로 차별했을 때 상대적으로 영남 지역이 혜택을 봤는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세상도 바뀌었고 정치 구조도 바뀌어서 영남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육사문학관을 찾은 자리에선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수립 단계와는 달라서 사실은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美) 점령군과 합작해서 다시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는가"라며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전남에서 가진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선 자신의 정책 아이콘인 '기본소득'과 관련해 "내가 이걸 가장 중요한 제1, 유일의 공약이라 할 순 없다"면서 선회를 시사했다.

이런 발언에 기다렸다는 듯 추격 그룹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점령군' 발언에 대해 "학술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정치는 어떤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을 해 보는 게 좋겠다. 늘 지도자는 자기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생각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동=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상북도 유교문화회관을 방문해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2021.7.01. lmy@newsis.com

이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점령군'에 대해 "민주당 대통령들은 단 한 번도 이런 식 불안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면서 "당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기본적 안정감이 필요하다. 깊이 짚을 점이 너무 많다"고 힐난했다.

'영남 역차별' 발언은 영남 주자인 이 지사가 잠식한 호남 지지율을 흔드는 데 활용되는 모습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일 "매우 우려스러운 발언"이라며 "망국적 지역주의 망령의 부활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광주 지역 기초광역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발언을 "지역감정을 다시 호출해 한국 정치사를 과거 퇴행적 정치 상황으로 되돌리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이낙연 전 대표를 돕는 이병훈(광주 동남을) 의원 지역구 소속이었다.

'기본소득 선회'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다크호스인 박용진 의원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 3일 KBS 주관 첫 TV토론 자리에선 "말 바꾸고 정책적 신뢰를 얻지 못하면 표리부동한 정치인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를 겨냥해 "앞뒤가 너무 안 맞는 말이라서 당연히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별장을 생필품이라고 하면 별장 없는, 생필품 없는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느냐"고 꼬집었다.

지난 4월 이 지사가 "실거주용 1주택 또는 2주택은 생필품에 준하는 보호를 해야 한다"면서 별장을 예로 든 것을 재조명한 셈이다.

[청주=뉴시스]전신 기자 = 4일 충북 청주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 앞서 이낙연(왼쪽부터), 이광재, 정세균, 이재명 예비후보가 리허설하고 있다. 2021.07.04. photo1006@newsis.com

당초 대선 국면에서 최대 암초로 전망됐던 사생활 논란보다 설화 리스크가 돌발 변수로 부상한 형국이다.

언론·국민과의 거침없이 소통하는 '사이다 화법'과 감각으로 지지를 얻은 만큼 이 지사는 이번에도 정면돌파를 택할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이 지사는 '점령군' 발언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격하자 즉각 "나에 대한 첫 정치발언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내 발언을 왜곡 조작한 구태색깔공세라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응수했다.

잇딴 맹공에도 대선주자 지지율은 일단 견조한 모습이다. 지난 2~3일 실시된 TBS 의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 31.4% 이 지사 30.3%로 나타났다. 3위 이 전 대표(12.2%)를 제친 채 양강 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범여권 대선주자 적합도에서도 이 지사 32.1%, 이 전 대표 12.9% 정 전 총리 6.5% 추 전 장관 6.4% 등의 순으로 큰 격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추격그룹의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이 쉽게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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