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직접 예약해보니 장애물없이 ‘가입→발권→탑승’
공무원 인증은 커녕, 휴대폰 번호만 보내면 인증 '끝'
부처 대표번호 적으니 바로 멤버십, 승차권 반값에 구입
공무원 “열차 타고 다니면서 공무원증 제시 요구 없었다”
코레일 “검표 하지만 적발 0건…부정 사용 없을것” 답변
기자는 지난 5일 직접 통근 KTX 열차 예약을 위해 세종 출퇴근 공무원 전용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설마 가능할까?"라며 신규 회원 가입을 시도해보니 아무런 장애물 없이 단번에 '무사통과'해 적지않게 놀랐다.
회원 가입을 위한 인증은 단 한번. 이마저도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문자 메시지로 전송되는 인증 번호만 적으면 되는 형식적 절차가 전부였다.
휴대폰 번호 인증 후에도 정부세종청사 근무 공무원임을 확인하는 절차는 어디에도 없었다.
단, 정부세종청사 근무 부처와 사무실 번호를 적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무것이나 적어 신청해도 될 만큼 부실했다.
이 부분에서 기자는 정부세종청사 모 정부 부처를 선택한 후 사무실 번호에는 부처 대표번호를 적은 후 '신청'을 클릭했다.
이후 믿을 수 없게 ‘멤버십번호’가 부여됐고 단 한번 확인 없이 가입이 끝났다.
가입부터 신청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 남짓으로 누구든 가입해 반값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기자는 가입은 이렇게 할 수 있지만, 실제 발권까지는 “안 될 것이다”는 또 다른 의심을 하며 예약까지 한번 해보기로 했다.
부여된 멤버십번호와 비밀번호로 예약 사이트에 다시 접속, 6일 오전 6시 49분 서울역에서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오송역으로 운행하는 통근 열차를 선택해 발권을 시도했다.
결제를 위한 카드번호 입력과 몇 번의 클릭만으로 승차권이 정상적으로 구입됐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공무원 확인 등 절차는 없었고 요금도 반값으로 서울역에서 오송역까지 일반요금은 1만8500원이지만, 9300원이 할인 된 9200원이 결제가 됐다.
그래도 공무원임을 확인하는 절차가 한 가지 있기는 하다. 열차 승차 시 반드시 공무원임을 증명 할 수 있는 공무직원증 등 지참하고 이를 어길 시 부정 승차로 간주, 단속한다고 하지만 이도 지켜지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실제 해당 기자는 관리 주체인 코레일 측에 부정 승차와 관련, 적발 건수가 있었는지 확인을 요구했다. 관련 직원은 “수년간 해당 열차 검표를 했지만 적발 실적은 없다"라며 "출퇴근 시간대로 공무원들이 주로 이용, 부정사용은 없는 듯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실제 수년간 통근 열차를 이용, 출퇴근을 했던 공무원의 말은 달랐다.
공무원 A씨는 "통근열차를 이용하는 동안 승무원으로부터 단 한 번도 공무원증 등 제시 요구를 받지 않았다”라며 “몇달 전 월요일 오전에는 공무원이 아닌 것 같은 청년이 서울역에서 오송역으로 가는 통근 열차를 탄 후 자연스럽게 오송역에 있는 통근 버스로 갈아탄 후 청사에 도착 한 후 (청사가 아닌)다른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한 예약 사이트에 현재 거주 여부 등 구분이 없어서 그런지, 특히 금요일 저녁에는 퇴근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통근 열차를 이용 서울로 가는 경우도 봤다”고 덧붙였다.
세종LH투기진실규명시민행동 김교연 대표는 “반값 KTX 통근열차 자체도 심각한 문제로 폐지가 마땅한 마당에 예약 시스템마저 부실 투성이로 혈세가 줄줄 새 나가고 있다”라며 “10년 동안 (아파트)특공까지 주면서 이주 시간을 준 만큼 통근버스, 열차 등 각종 출퇴근 혜택들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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