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많았지만 여야 1당 후보로 메인무대 오른적 없어
이인제, 신한국당 경선 떨어지자 제3당 후보로 출마 낙선
손학규, 민주당·국민의당 경선 모두 고배 본선 못 나서
김문수·남경필도 모두 보수당 후보 경선에서 패배 쓴맛
이재명, 민주당 경쟁자들의 '반 이재명 전선' 돌파 첫 과제
[수원=뉴시스]박상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역대 여야 경기지사들과 달리 대선 본선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경기지사 대망론까지 현실화시킬 지 주목된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비대면 영상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다.
그동안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의 장인 경기지사가 되면 유력 대선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등 전직 경기지사 4명은 본선 또는 경선에서 모두 쓴 맛을 봤다.
이인제 전 지사는 1997년 15대 대선 당시 신한국당 경선에서 패하자 국민신당을 창당, 대선에 출마했지만 3위에 머물렀다.
나머지 3명은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손학규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17·18대 대선에서 민주당계 정당 경선에 나섰지만 탈락했다. 19대 대선에서는 국민의당으로 도전, 경선에서 또다시 밀렸다.
김문수 전 지사도 2012년 재임 중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섰다가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패했다.
5선 의원 출신의 한나라당 소장파 3인방, 유력한 잠룡으로 꼽혔던 남경필 전 지사 역시 2017년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밀렸다.
경기지사 공관이 있는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 팔달산 기슭이 '악지'(惡地)이기 때문이라는 풍수설마저 제기됐다.
2018년 취임한 이재명 지사는 지난 19대 대선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도전이다. 지난 경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완패, 경선 후보 4명 중 3위였다.
4년여가 지난 현재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이 지사는 지지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배경은 정치인으로서 단체장에 오른 역대 경기지사들과 달리 이 지사는 '정치행정가'라는 차별성에 있다는 분석이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다져온 강한 추진력과 행정에 대한 신뢰감을 통해 탁월한 '행정가'의 모습을 보이는가하면 '기본소득' 등 이슈를 선점해 화두를 던지는 '정치인'의 모습도 대중에 어필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출마 선언에서 "약속을 어겨도 제재가 없는 정치에선 공약위반이 다반사이고, 그래서 정치는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라면서 "저 이재명은 지킬 약속만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3년 동안 공약이행률이 90%를 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후광, 조직, 돈, 연고 등 아무것도 없는 저를 응원하는 것은 성남시와 경기도를 이끌며 만들어낸 작은 성과와 효능감 때문일 것"이라며 "실적으로 증명된 저 이재명이 나라를 위한 준비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더 큰 도구를 달라"라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취임 이후 줄곧 자신을 실무적 행정가라며 '정치 활동하듯 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전임 지사들과 선을 그었다.
도지사 취임 직후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장을 오가면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하위권에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 강제조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재난기본소득 등 과감한 정책 드라이브와 결단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청년통장, 경기도 계곡 노점상 철거, 공공배달앱 개발, 지역화폐 등 생활 밀착형 정책에도 강한 추진력을 보여줬다.
특히 이 지사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은 올해 내내 여야 대선주자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았지만 대선판을 뒤흔드는 아젠다로 부상했다.
현재 민주당 예비경선 과정에서도 반(反)이재명 연대가 뚜렷해지며 '기본소득' 등 이 지사의 발언 하나하나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지사 입장에선 이를 극복할 방안 마련이 앞으로 행보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 후 페이스북에 "8:1에 가까운 일방적 토론에서 제대로 답할 시간도 반론할 기회도 없었다"며 "정책은 절대진리가 아니다. 토론과 숙의, 반론을 통해 부족한 것을 채워 더 효율적이고 더 완결적인 정책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이 지사의)밑바닥부터 다져온 주권자 중심의 행정,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할 일은 반드시 했던 것이 작지만 곳곳에서 체감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라며 "성남시장, 국회의원, 대권 등 세 번의 실패와 성남시장 재선, 도지사 등 세 번의 성공을 경험한 이 지사에게 주권자를 대리하는 일꾼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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