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vs백신]
정부, 백신휴가 도입 권고 이후 대기업 도입 속도
중소·영세업체 '난색'…"인력부족 우려" "비용부담"
'백신 휴가비 지원법' 논의 난항…"국가 재정 부담"
백신휴가 양극화 우려 목소리…"유급휴가 보장을"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비해 지난 4월1일부터 기업에 백신휴가 도입을 권고했지만,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을 중심으로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권고한 백신휴가는 백신을 맞고 근육통이나 두통, 발열 등 이상 반응을 느끼는 사람에 대해 기업이 의사 소견서 없이도 최대 이틀 간 유급휴가를 부여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백신 접종자가 갈수록 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백신휴가 도입은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이상반응 여부를 떠나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최대 3일의 휴가를 부여하는 기업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들의 사정은 다른 모습이다.
울산의 한 50인 미만 철강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전모(51)씨는 "몇몇 직원들이 얼마 전에 백신을 맞아서 회사에 백신휴가를 얘기했는데, 회사에서는 '우리는 백신휴가가 없다'며 개인 연차 사용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직원이 7명인 서울의 한 음식점 종사자 류모(32)씨는 "지난달 잔여백신 신청에 성공해 사장님께 백신휴가를 여쭤봤더니 무척 곤란해하시는 얼굴이었다"며 "그래서 당일 백신을 맞고 바로 복귀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백신휴가를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것도 아닌 데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사람도 부족하고 비용적인 부담이 있어서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초반보다는 그나마 (백신휴가를) 많이 도입하는 것 같다"면서도 "소상공인은 업소에 맞게 고용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한 사람이 빠지면 솔직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인 사람인이 기업 903개사를 대상으로 '백신휴가 부여현황'을 조사한 결과, 백신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기업은 442개사로 '인력 부족' 이유가 41.2%(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인건비 부담도 14.3%나 됐다.
이에 중소·영세업체들은 백신휴가를 원활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급휴가 비용이나 대체자를 구하는 비용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이른바 '백신 휴가비 지원법'은 현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당시 법사위에서 "외국에서도 일부 국가에서 백신 휴가 의무화는 하고 있지만 국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사실상 백신 휴가비 지원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백신휴가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가뜩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은 백신휴가 적용도 받지 못해 양극화는 더욱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며 "증상 여부와 상관 없이 백신을 맞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모두가 쉴 수 있는 유급휴가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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