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文, 2년 전 日 수출규제 정면대응 회피 참모진 의견에 분노"

기사등록 2021/07/01 16:13:15

박수현 靑 국민소통수석, 페이스북에 2년 전 일화 공개

"다수 참모 정면 대응 회피"…文 "어떻게 이런 건의를" 격노

日 수출규제 국면 바둑에 비유…"지금, 소부장 독립 승부처"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7.1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년 전 일본의 수출규제 국면 초기 당시 안정적 상황 관리에 기반한 외교적 해결 위주로 건의하는 참모들의 의견에 대단히 분노했었다는 일화를 청와대가 2일 공개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년 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습적인 수출규제로 경제 위기감과 반일 감정이 동시에 끌어오르고 있었다"면서 "당연히 청와대는 분주했고 모든 단위 회의는 긴장과 토론이 벌어졌다. 그 결과 대통령 메시지의 방향이 잡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민적 분노와 다르게 청와대와 정부 의견은 '외교적 방법에 의한 해결'이었다"며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이었지만 결국은 정면 대응을 피하는 길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수석은 "다수의 참모들의 의견에 따라 문 대통령께 메시지 초안이 올라갔다"며 "대다수 참모들의 의견이 반영된 메시지 초안을 본 문 대통령의 반응은 '침묵' 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참모들은 대통령의 침묵이 '대단한 분노'를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얼마 간 침묵 끝에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불려갔고 긴급회의가 소집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바둑 둘 줄 아십니까. 바둑을 둘 때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이 문제를 다루면서 지금이 바둑의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라면서 "나는 지금이 소·부·장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승부처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메시지를 건의할 수 있습니까"라고 강하게 질타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박 수석이 외교적 해결을 건의했다고 언급한 '다수 참모'들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현 외교부 장관), 김상조 정책실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을 가리킨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당시 문 대통령의 초기 대일 메시지는 차분한 톤을 유지했다가 점차 강해졌다. "외교적 해결을 위해 차분하게 노력"(7월8일 수보회의),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7월15일 수보회의) 등 점차 메시지 수위를 높였었다.

한달 뒤 우리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는 등 일본과 벼랑 끝 '강대강(强對强)' 대치 국면을 이어가다가 미국의 개입으로 '조건부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통보한 뒤 현재까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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