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악의 꽃·끝과 시작·이십억 광년의 고독

기사등록 2021/06/30 16:57:46
[서울=뉴시스] 악의 꽃 (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2021.06.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2001년 6월 '트리스트럼 샌디'를 시작으로 문학과지성사와 대산문화재단이 함께 기획 · 출간해온 대산세계문학총서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 초역, 해당 언어 직접 번역, 분량에 상관없이 완역을 기본 원칙으로 발간해온 대산세계문학총서는 2021년 '전차를 모는 기수들'까지 총 140종 166권, 31개국 작가 136명을 소개했다.

이번에 20주년을 맞아 출간하는 리커버 특별판 3종-샤를 보들레르 시 세계의 완전판 '악의 꽃', '시단詩壇의 모차르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끝과 시작', 평이한 시어로 생의 깊은 곳으로 안내하는 일본의 국민시인 다니카와 순타로 시선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은 지난 20년간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시집이다.

이 특별판을 시작으로  대산세계문학총서는 167권부터 특별판과 같은 새로운 판형으로 재정비한다. 7월에는 새 포맷으로 준비된 빅토르 펠레빈의 '스너프',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순응주의자', 오라시오 키로가의 단편선으로 새 장을 연다.

◇ 악의 꽃

대산세계문학총서 18권으로 출간된 샤를르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프랑스 현대시, 나아가 서구 현대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보들레르의 전 인생이 담긴 시집이다.

이 책은 기이하고 대담한 주제들, 신선하고 파격적인 감수성, 그리고 매혹적인 음악성으로 문학사에 남았으나, 1857년 보들레르가 이 시집을 발표한 시대는 이 모든 감동을 함께할 감각을 갖추지 못했다. 그리하여 출간 당시 외설과 신성모독죄로 기소되어 시 6편 이 삭제되는 등 오해받고 매도당했다.

이때 내려진 유죄 판결은 근 1세기가 흐른 1949년에야 비로소 최고재판소에 의해 정식으로 파기된다. 보들레르는 실로 오랜 세월 ‘저주받은 시인’으로서의 불행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말라르메와 베를렌을 비롯한 당대 여러 젊은 작가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었으며, 후세는 이 책을 '현대시의 복음서'로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다.

'악의 꽃'은 보들레르가 특정 시기에 쓴 시가 아니라, 그가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한 스무 살 무렵의 시부터 그의 생애 마지막 시기인 벨기에 체류 당시에 쓴 시까지 포함된 것이다. 삭제되었던 시 6편을 포함해 새 '악의 꽃 관련 자료까지 완역한 문학과지성사의 '악의 꽃'은 보들레르 시 세계의 완전판이라 할 수 있다. 윤영애 옮김, 482쪽, 문학과지성사, 1만5000원.
[서울=뉴시스] 끝과 시작 (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2021.06.30. photo@newsis.com
◇ 끝과 시작

'끝과 시작'은 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 세계를 대표하는 시 170편을 엮은 시선집으로, 쉼보르스카 시의 발아와 성장, 마침내 이룬 시의 숲을 확인할 수 있는, 그야말로 쉼보르스카 문학의 정수를 담은 한 권이라 말할 수 있다.

폴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시인 쉼보르스카는 1945년 시  '단어를 찾아서'로 데뷔 이래 약 70년간 가치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상식과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면서 대상의 참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역사에 함몰된 개인의 실존을 노래했으며, 만물을 포용하는 생명중심적 가치관을 반영한 폭넓은 시 세계를 펼쳐 보였다.

.독자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완성도 높은 구조를 만들고, 쉽고 단순한 시어로 정곡을 찌르는 명징한 언어, 풍부한 상징과 은유, 절묘한 우화와 패러독스,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표현과 따뜻한 유머를 동원한 시들로 ‘시단詩壇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쉼보르스카의 시들은 3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성은 옮김, 496쪽, :문학과지성사, 2만2000원.
[서울=뉴시스]  이십억 광년의 고독 (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2021.06.30. photo@newsis.com
◇ 이십억 광년의 고독

'이십억 광년의 고독'은 다니카와 순타로의 대표시 117편과 산문, 인터뷰를 함께 수록한 시선집이다. 다니카와 순타로는 1952년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발표하면서 황막하고 우울했던 1950년대 일본 전후(戰後) 문단에 참신한 상상력을 보여주어 평단과 독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제가 작사가이며, 동화, 그림책, 산문집, 대담집, 소설집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보여주는 전방위적 작가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은 그러한 다니카와 순타로의 시작점이자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시 세계를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쉽고 일상적인 시어를 통해 독자들을 생의 깊은 곳으로 안내하는 순타로의 시는 인간과 세계의 이면을 시를 통해 새롭게 만나게 한다. 김응교 옮김, 256쪽, 문학과지성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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