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 "직원 극단 선택 제 잘못…전면쇄신이 근본 해결책"

기사등록 2021/06/30 16:44:24

전직원에 이메일 보내…"한두 사람 징계로 해결될 문제 아냐"

【서울=뉴시스】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1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서 대담자로 참석했다. (사진=네이버 제공) 2019.06.18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자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최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개발자 A 씨 사건과 관련해 "제 잘못이 가장 크다"며 공식 사과했다.

3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GI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최근 직원 사망 사건에 대해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며 "지금 네이버가 겪고 있는 일들은 회사 문화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제 부족함과 잘못이 제일 크다"고 발표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여 만에 직접 사과를 한 것이다.

그는 "회사 안에서 직장인 괴롭힘이 발생했고 이것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면 회사 문화의 문제이고 한두 사람 징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이번을 계기로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제안한 것처럼 권한이 더욱 분산되고 책임이 더욱 명확해지고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해야 하는 길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능한 한 빨리 이런 쇄신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늦어도 연말까지 해내야 한다는 이사회의 제안이 맞다"고 언급했다.

이 GIO는 또 "이번 일의 가장 큰 책임은 이 회사를 창업한 저와 경영진에 있다"며 "모두 회사를 위해서라면 당장 어떤 책임이라도 지고 싶지만 회사의 새로운 구조가 짜여지고 다음 경영진이 선임되고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이 필요하고 그 사이에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동료들의 고생이 성과로 이어지도록, 투자가와 파트너사들과 주주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도록 충실히 다음 경영진에게 인수인계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회사에서 한 발 더 멀리 떨어져서 저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알렸다.

앞서 네이버 이사회는 지난 25일 A 씨 사망 사건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을 확인하고 가해 임원을 해임했다. 또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COO와 등기이사, 광고 부문 사업부인 비즈 CIC(사내독립기업) 대표 등 네이버에서 맡은 직책에서 사의를 표한 데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 단, 별도 법인인 네이버파이낸셜의 대표, 공익재단 해피빈 대표 등은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는 판단 아래 계속 맡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는 최 COO가 네이버 본사는 물론 주요 계열사에서 경영진으로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며 모든 보직에서 해임, 강경 기조로 맞서고 있다. 최 COO는 1999년 네이버에 입사한 창립 멤버로, 이해진 GIO와 삼성SDS 시절부터 함께했다. 한성숙 대표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이 GIO가 최 COO에 대한 노조 해임 압박 등을 사과를 통해 직접 다독이며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이해진 GIO의 사과메일 전문

그동안의 일들에 모두 충격도 받고 실망도 분노도 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너무도 큰 충격이었고 헤어나오기가 어렵습니다.

회사를 해오면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사업 모델에도 자부심이 컸지만 그보다 더 큰 자부심은 새롭고 건강한 회사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 것에 있었습니다. 저 역시 대기업에서 처음 직장을 시작했던 터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에 늘 관심이 많았고 여러분과 힘을 합쳐서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나름대로의 자랑스러운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믿어 왔었는데 이 믿음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입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회사 문화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제 부족함과 잘못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 부족함을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이번 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답을 못 찾겠습니다.

이 회사 안에서 괴롭힘이 발생했고 그것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면 이것은 회사 전체적인 문화의 문제이며, 한두사람의 징계 수위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제안한 것처럼 권한이 더욱 분산되고 책임이 더욱 명확해지고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해야하는 길이 그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일의 가장 큰 책임은 물론 이 회사를 창업한 저와 경영진에 있습니다. 모두 회사를 위해서라면 당장 어떤 책임이라도 지고 싶지만 회사의 새로운 구조가 짜여지고 다음 경영진이 선임되고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이 필요하고 그 사이에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동료들의 고생이 성과로 이어지도록, 투자가와 파트너사들과 주주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도록 충실히 다음 경영진에게 인수인계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한 빨리 이런 쇄신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늦어도 연말까지 해내야 한다는 이사회의 제안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그동안 매년 매년 안팎의 수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해왔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서로 신뢰의 끈을 놓지 않고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일도 힘을 모아 결국 잘 극복해내고 오히려 새로운 전기로 만들어서 내년에는 새로운 체제에서 더욱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내고 다시 자부심을 찾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되리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지금의 어려움은 모두 저의 부족함에서 왔다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한 발 더 멀리 떨어져서 저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t@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