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강인한 여성들이 서로 싸우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는 여성 히어로의 모습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더욱 성장해 나아가는 내면에 집중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원년 멤버의 솔로 무비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 군단에서 강력한 전투 능력과 명민한 전략을 겸비한 히어로 블랙 위도우의 전사로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부터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사이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다.
블랙 위도우의 숨겨진 과거와 스파이 양성 기관 레드룸의 음모와 실체, 어두웠던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블랙 위도우의 선택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어벤져스가 잠시 해체되고 몸을 숨긴 사이,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릿 조핸슨)는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숨겨진 음모와 실체를 깨닫게 된다.
상대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태스크마스터'와 새로운 위도우들은 나타샤를 위협하고, 레드룸의 등장과 함께 옛 동료들과 있었던 사건들이 대두되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블랙 위도우는 감추고자 했던 레드룸의 스파이 시절 겪은 트라우마와 과거 행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목숨을 건 반격에 나선다.
영화에 등장하는 블랙 위도우를 비롯해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 멜리나 보스토코프(레이첼 와이즈)는 모두 레드룸과 연결돼 있다.
과거 이들이 몸담았던 레드룸은 어린 여자아이들을 스파이 겸 킬러인 위도우로 양성시키는 기관으로 다양한 액션 기술과 훈련을 통해 최정예 위도우가 되고, 리더의 명에 따라 주어지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훈련받는 곳이다.
이전 시리즈에서 정신적 세뇌는 물론 강제로 자궁 적출술을 시켰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밝혀졌다.
이번에는 레드룸의 실체를 알게 된 블랙 위도우가 레드룸의 창시자 드레이코프(레이 윈스턴)와 맞서 싸우는 과정이 그려진다.
'가족'도 주요 테마 중 하나다. 비록 첩보 작전을 위해 모였지만 나타샤는 유년 시절 기억에 중요하게 자리 잡은 인물들과의 관계를 잊지 못한다. 동생 옐레나는 물론 생물학적 부모는 아니지만 멜리나는 이들의 엄마와 같은 존재이며, 레드 가디언은 아빠의 역할을 했다. 이들의 존재는 블랙 위도우의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극적인 여운도 남긴다.
액션 시퀀스는 화려함 속에 리얼함을 강조했다. 지상과 공중을 오가는 압도적인 스케일은 물론 '블랙 위도우' 특유의 맨몸 액션, 그리고 부다페스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등이 장르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캐릭터의 상황이나 스토리의 연결 선상에 있는 액션이어서 몰입도를 높인다.
레드룸의 컨트롤을 받는 강력한 빌런 '태스크마스터'의 존재감은 다소 아쉽다. 상대의 능력을 무한 복제하는 태스크마스터는 가면을 쓰고 활동해 그 실체가 누군지 베일에 싸여있다. 긴장감은 극 후반까지 끌고 가지만 한 번 싸운 적의 액션 스타일을 그대로 복사해 폭발적인 힘을 가진다는 설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이렇다 할 반전도 없다.
7월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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