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올해 8월 말이면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지 10년이 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다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경기도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28일 경기도의회 앞에서 '경기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결과 발표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경기환경운동연합, 수원화학물질알권리네트워크 등이 참석했다.

피해자 채모(45)씨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단란했던 네 가족의 삶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화성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소개한 그는 "남편은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을 받았지만,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나마 저는 2011년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말로만 인정됐을 뿐 피해 지원이나 보상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는 이 일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많이 힘들다. 코로나19는 무료로 진단받고 정부에서 무료로 치료해주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왜 스스로 증명하고 치료해야 하는 것인가"라고도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경기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까지 정부에 신고된 도내 거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모두 2298명이다. 이 가운데 21%인 484명이 사망했다.

피해 신고자 가운데 피해구제 인정을 받은 도민은 절반가량인 1294명이며, 이 가운데 304명이 숨졌다.

문제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도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225만4396명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 피해자는 24만135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건강피해자 가운데 병원치료를 경험한 피해자는 19만8387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피해자의 1%만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신고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피해자 찾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도내 31개 시·군에서 모두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가 나왔다. 그런데도 도내 추정 사용자의 1%만이 피해신고를 했을 뿐"이라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는 참사 규명에 가장 기본이다. 건강 이상을 경험한 도민께서는 자신과 가족의 피해여부를 확인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국내외 최악의 환경보건 참사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을 방기하는 것은 국가의 존재 가치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책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기도의회 장동일(더불어민주당·안산3) 도시환경위원회 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피해자 찾기와 피해자 보상 등에 힘쓸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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