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표 경질에도 여당서 김외숙 책임론 확산…靑 '당혹'

기사등록 2021/06/28 12:51:46

김기현 "김외숙 인사는 '망사' 투성"…경질 주장

靑 "무겁게 받아 들여…인사 시스템 내부 고민"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김외숙(왼쪽) 인사수석과 김진국 민정수석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천대엽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1.05.1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여당에서 김외숙 인사수석 책임론이 제기되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문 대통령 주도로 공직자 부동산 부패 청산 드라이브가 한창이던 상황 속에서조차 청와대 내부 인사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부실검증의 책임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김외숙 인사수석에 대한 책임론 확산에 대한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야권을 중심으로 반복된 경질론 속에서도 문 대통령의 신임을 이어온 김 수석에게 책임론이 더해지자 당혹스러움도 감지된다.

앞서 김 비서관은 부동산 자산 91억2000만원 가운데 금융 채무가 56억2000만원에 달하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빚투' 논란 하루만인 지난 27일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경기 광주 송정동 '맹지(盲地)' 매입이 송정지구 개발로 신축중인 아파트·빌라 단지와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더해지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것도 사의 표명의 배경이 됐다.

문 대통령은 논란 하루만에 김 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경질했다. 김 비서관은 지난 3월31일 비서관으로 임명된지 88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었던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문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범정부 안전분야 반부패협의회에 참석하는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사진=뉴시스 DB) 2021.06.27.  photo@newsis.com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김 비서관 사의 수용과 관련해 "그 설명(김 비서관의 설명)이 국민의 눈높이에 납득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면 이것은 당연히 인사권자로서 국민의 그런 납득할 만한 수준에 부답한 조치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이 논란 직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단히 송구하다"며  사과했지만, 광주 송정동 임야 매입이 투기 목적은 아니었다고 덧붙인 해명이 납득할 수준이 안됐다는 것이다.

김 비서관의 사퇴 과정에서 '부동산 내로남불' 프레임이 재소환 됐다는 정무적 부담이 청와대 입장에서는 가장 큰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김외숙 수석 등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는 것도 고민 지점이다.

다만 청와대는 내부 인사검증 시스템의 전반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김 수석에 대한 경질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 "청와대 인사 검증의 부실에 관해서는 많은 비판을 받아오고 있고, 그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고만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28. photo@newsis.com
현 청와대 내부 인사 시스템 체계상 검증의 책임이 있는 민정수석과 별개로, 인사수석만 별도로 떼어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도 야권 중심으로 비등하고 있는 경질론에 대한 또다른 고민 지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김 수석에 의해서 그동안 진행됐던 인사는 '망사' 투성이였다"며 "이번 김 비서관의 부동산 검증 실패에서도 드러났듯, 김 수석의 무능은 국민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경질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의 표명에 따른 후속 인사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장관 교체를 중심으로 한 마지막 개각을 위한 검증 작업의 진행 과정에서 김 수석만 특정해서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노영민 비서실장 체제에서 이뤄진 다주택자 논란에 대한 책임으로 사표를 제출했었던 김 수석의 사의를 반려하며 한 차례 재신임을 보낸 바 있다. 야당의 공세에 잔여 임기 10개월을 고려할 때 그동안 신뢰를 보여왔던 김 수석을 즉각 교체하는 게 어렵다는 시각이 조금은 우세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기표 비서관의 사퇴 과정에서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청와대 차원의 내부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문제 제기는 알고 있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지만김 수석 혼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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