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4%대 '장밋빛 전망' 현실로…외환위기보다 회복 빨라

기사등록 2021/06/28 16:00:00

올해 성장률 11년 만에 최대 달성 기대

수출·소비 증가세…2차 추경 편성 앞둬

작년 전망 발표 때 '장밋빛' 비판 잇따라

전문가 "4% 초반 성장률 달성 가능할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수출 증가 등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 흐름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을 4.2%로 제시했다. 지난해 말 전망치보다 1%포인트(p) 높이며 2010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정부의 목표치는 우리나라 경제에 큰 위기로 다가왔던 국제통화기금(IMF),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보다 증가 폭은 작다. 그러나 경제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역대 다른 위기보다 정상궤도로 회복되는 속도는 눈에 띄게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11년 만에 최대 성장률 자신…'장밋빛' 전망 현실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경제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0.9 역성장을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글로벌 대유행(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고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수출 등이 감소하면서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내수까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우리 경제 성장을 제약했다.

반면 올해는 수출 증가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2010년(6.8%) 이후 최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연간 수출이 18.5% 증가해 6075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역대 최대치를 찍을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올해들어 수출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24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5% 증가했다. 이 기간 조업 일수는 15.5일로 작년보다 0.5일 적었는데 이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액은 33.7% 늘었다. 앞서 5월(507억3000만 달러) 수출은 1988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대 증가율인 45.6%를 보이며 7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5.0% 감소한 민간 소비도 올해는 2.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5월 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보다 6.8% 늘어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백화점 매출액도 17.3% 늘며 4개월째 오름세를 보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5.2로 3개월 연속 기준점인 100을 웃돌았다.

여기에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포함된 신용카드 캐시백(환급), 6대 소비쿠폰 등 정부 정책까지 더해지면 하반기 내수 경기는 더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시장도 회복세에 들어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 서비스업, 도매 및 소매업 등 대면 업종 중심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취업자 수가 22만명 감소했으나 올해는 25만명 증가할 것으로 봤다. '고용동향' 지표를 보면 취업자 수는 3월 오름세로 전환했으며 두 달 연속 60만명 이상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경기 개선 흐름이 정부의 4% 성장률에 힘을 실으면서 '장밋빛 전망'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3.2%로 제시했을 때 '지나치게 낙관적이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성장률을 높게 잡았다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정부 흐름에 맞춰 성장률을 잇따라 상향했다. IMF는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가 지난 1월 3.1%로 올린후 지난 3월 다시 3.6%로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3.3→3.8%,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1→3.8%로 수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4.1%)과 자본시장연구원(4.3%), LG경제연구원(4.0%) 등은 4%대 성장률을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을 4.0% 제시했지만 최상의 경우 4.8%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IMF보다 빠른 회복속도…변이 바이러스 등 위험요인 성장 걸림돌
우리 경제성장률은 위기 상황 직후 높은 반등을 보여왔다.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에는 6.8%를, IMF 외환위기(-5.1%) 이후인 1999에는 1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역대 위기 상황과 비교하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증가 폭은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위기 이후 정상궤도로 회복되는 속도는 역대 다른 위기보다 빨랐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과 1999년 평균 성장률을 계산하면 3.2%인데, 이는 위기 이전인 1997년 성장률 6.2%의 51.6%에 그쳤다. 반면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지난해와 올해 평균 성장률은 1.65%로 위기 전(2.2%)의 75% 수준까지 회복할 전망이다.

역성장을 피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성장률을 보면 2007년 5.8%를 기록했으나 2008년 3.0%, 2009년 0.8%까지 내려앉았다.이후 2010년 6.8%까지 회복됐지만, 위기 여파가 2년 연속 이어진 것을 고려하면 2010년 회복 속도가 올해보다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위기 이후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성장률 목표 달성까지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 원자재 가격 상승, 반도체 수급 불안,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적인 위험 요인 등이 정부 성장률 달성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5일 진행된 '2021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소비 심리 회복, 반도체 슈퍼사이클, 주요국 경기 부양 대책 등이 상반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코로나 재확산,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공급망 생산 차질 등은 경제 성장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4.2% 성장률 달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면서도, 재정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감소한 성장률에 현재 잠재성장률을 더하면 4%대 초반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며 "내년이 되면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던 2018~2019년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재정 등을 고려하면 4.2%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지출 방향을 취약계층, 피해계층에 좀 더 집중하는 형태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1.06.28. ppkj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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