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말 국정농단 이후 수년째 사법리스크 지속
그룹 합병의혹 더해 급식 부당지원 재판 더해져
TSMC 앞서 가는데 사법리스크에 투자결정도 어려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4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웰스토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하고 삼성전자 법인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에는 1012억17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는데 이는 단일 법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가 총수 일가의 핵심 캐시카우(자금조달창구)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5년 3분기 삼성웰스토리 영업이익이 삼성물산 전체 이익의 75%를 차지한 것이 캐시카우의 증거라고 봤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다.
삼성은 웰스토리가 총수 일가, 삼성물산의 캐시카우라는 전제부터 틀렸다고 반박했다. 웰스토리 매출은 1조원 수준인데 삼성 전체 매출액 300조원과 비교하면 대주주에게 크게 중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또 2015년 당시 웰스토리 영업이익이 삼성물산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도 물산 건설업과 해외 자원개발업 등 주력사업 부진에 일시적인 현상이었다고 부연했다.
삼성은 정상거래라는 입장을 강조하며 공정위에 동의 의결을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 측은 "부당지원 지시는 없었다"며 "전원회의 의결서를 받으면 내용을 검토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앞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임을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현재 삼성물산 합병의혹 관련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웰스토리 부당지원 관련 행정소송도 대응해 나가야 한다. 합병의혹에 더해 급식이라는 사법리스크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웰스토리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국내 상위 급식업체 중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공정위 타깃이 된 측면도 있다"면서 "삼성이 올해부터 구내식당 외부 개방에 나선 점이 고려돼야 한다. 재계 1위이기 때문에 사법리스크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금껏 사법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은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이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마무리됐다. 4년 2개월을 끌어온 재판이 올해 초 끝난 것이다.
법조계에선 삼성그룹 합병의혹 관련 재판은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 보고있다. 본 재판은 증거 기록만 약 19만 페이지에 달하며 인수합병과 회계 관련 문제가 쟁점이라 국정농단 사건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앞으로 웰스토리 부당지원을 소명해 나가야 하는 삼성으로선 해결해야 할 사법리스크만 해도 첩첩산중이다.
삼성은 지금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속 양국 모두에게 투자 압박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에 처해 있다. 경쟁업체인 TSMC는 미국에 이어 일본까지 투자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반면 삼성은 거듭된 사법리스크로 제대로 된 투자조차 결정하기 힘든 처지다. 여기에 총수 부재 또한 삼성의 신속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재판에서 법정 구속된 뒤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반도체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삼성이 TSMC 등 경쟁업체를 따라잡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과징금 부담 등 삼성이 투자하기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법리스크가 삼성의 투자 확대에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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