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자에 현대건설 컨소…인덕원·왕십리 추가 제안
주요 단지 중심으로 매물 줄어들고 호가는 수억대 올라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매매가, 1년 반 사이 6억 껑충
은마 주민들 "안전 문제로 지하 관통 불가" 우회 주장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신축에 이어서 구축도 따라가는 분위기예요."(인덕원역 근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에 왕십리역과 인덕원역이 추가되는 것이 사실상 확실해지면서 일대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더 오를 수 있다는 판단에 매물이 귀해지며 호가 및 실거래가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TX-C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평가 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될 계획이다. 컨소시엄은 왕십리역, 인덕원역을 추가 정거장으로 제안했다. 국토부는 6월 중 정부협상단을 구성해 협상에 착수하고, 올해 말까지 실시협약 체결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GTX-C 열차 탄 지역들, 집값도 '급등열차'
두 곳의 추가 정차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이미 집값에도 반영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서울과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안양, 의왕 등지의 집값이 크게 뛰었다.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6월 둘째 주(14일 기준) 인덕원역 근처의 안양 동안구 주간 상승률은 0.99%에 달했다. 전국 규제지역 중에서 매매가격 변동폭이 가장 큰 지역을 기록한 것. 인덕원역에 인접한 경기 의왕시 역시 상승률이 0.65%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인덕원역 근처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는 지난 6일 전용 84㎡가 두달 사이 1억원이 오른 16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당초 5억원대에 분양한 이 아파트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0억원대에 거래되다가 지난 4월30일 15억3000만원을 찍은 뒤 이달 16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 것이다. 2019년에 입주한 이 단지는 1774세대 중 매물로 나온 집이 10세대 남짓이 전부다.
이날 해당 단지의 매물을 취급하는 의왕시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 근처는 신축이 워낙 귀해 단지 전체 매물이 10개 내외밖에 안 된다"며 "엘센트로가 신고가를 경신하니 나머지 인덕원역 근처 구축 아파트들도 (오른 가격을) 따라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왕십리역 인근 아파트 단지도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도 교통 여건이 좋았던 만큼 GTX-C 정차가 수도권 지역만큼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여타 개발호재 등과 맞물리며 매물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왕십리역 인근 신축 아파트인 '서울숲리버뷰자이'는 지난달 전용 84㎡가 18억4500만원에 팔렸다.
왕십리역에서 도보로 가장 가까운 아파트인 서울숲삼부는 전용 84㎡가 2018년6월 8억원(11층)에 거래된 이후 실거래가 없었는데, 현재 나온 매물은 15~16억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이 단지 근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직주근접지에 초역세권이다보니 실거주가 좋은 아파트였는데, 더 가지고 있으면 오를 가능성이 높아서 매물을 안 내놓는 분위기"라며 "행당7구역도 공사를 시작하는 등 호재가 많은데다가 교통 호재가 더 추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 "우리 단지 지하 관통 안 돼"
반면 이번 선정 결과에 불만이 큰 이들도 있다. 현대건설은 대심도 터널을 통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안전과 소음, 진동 문제 등을 이유로 우회로를 찾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단지를 관통하는 안을 내놓는 건설사들은 향후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은마아파트소유자협의회(은소협) 관계자는 "은마 지하를 관통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주민들이 현대건설 측에 제안한 우회노선이 있는데, 앞으로도 협의를 계속해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TX는 40m가 넘는 지하공간인 대심도를 지난다. 공사가 건물을 짓는 기초 파일을 박는 암반 밑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안전 문제가 없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GTX-A 노선에서도 서울 행정심판위원회가 청담동 주민들이 주택가 지하로 노선이 통과하는 것을 반대하자 굴착허가를 내 주지 않은 강남구청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안전은 100% 장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는 있다"며 "앞으로 주민들이 민간사업자를 상대로 안전확보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등의 요구가 있을 텐데, 이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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