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지난달 전문가 위원회 구성
"늦어도 이달 말에는 결과 발표"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 인프라 등을 고려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등 수도권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외 지역에서는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달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이달 첫 회의를 개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늦어도 이달 말에는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이건희 미술관 유치 계획을 발표한 지자체가 20곳이 넘을 정도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 넷째주, 늦어도 이달 말에는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지만 후폭풍이 계속될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점,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기증
고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은 지난 4월28일 이 회장 소장품 1만1023건 약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기증품 중에는 겸재 정선의 '정선필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의 마지막 그림 '김홍도필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보물 46건)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통일신라 인화문토기,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도자류와 서화, 전적, 불교미술, 금속공예, 석조물 등 한국 고고·미술사를 망라했다.
특히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이인성,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가의 명작들과 모네, 샤갈, 달리,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이 포함됐다.
황 장관은 "앞으로 이와 유사한 기증들이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더군다나 수장고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어떤 형태가 됐든 미술관과 수장고를 새롭게 건립할 생각이 있다"며 '이건희 미술관' 신설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이 회장의 미술품 기증 정신을 잘 살려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이건희 미술관' 건립 추진은 본격화됐다.
지자체, 너도나도 유치 경쟁…청와대 청원까지 등장
이건희 미술관 건립이 현실화되면서 지자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가장 먼저 SNS를 통해 부산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경남 의령, 창원, 진주, 경기 용인, 수원, 오산, 평택, 전남 여수, 대구, 세종, 광주 등도 뛰어들었다.
대다수 지자체들은 이 회장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다.
경남 의령은 삼성의 창업주이자 이 회장의 부친인 이병철 회장의 고향이라고, 경기 용인은 이병철 회장의 유택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원은 이건희 회장이 유택이 있다는 점을, 대구는 이 회장이 태어났다는 점을 들어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세종은 편리한 교통과 현재 국립미술관 부지를 확보했다고, 광주는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해 미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지자체들 모두 제각각의 이유를 들어 자신들의 지역이 최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도 여럿이다. 지난달 초 이건희 박물관을 부산에 건립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더니 연이어 인천, 창원, 광주 등에 건립해야 한다는 글들이 게재됐다. 서울 강서구 역시 인왕제색도를 지역 내 겸재정선미술관에 유치하는 운동에 돌입하며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체부가 수도권 유치에 무게추를 두고 있다는 조짐이 나오면서는 '코로나 시대! 이건희 컬렉션 미술관, 수도권 건립을 극구 반대한다'는 제목의 수도권 유치 반대 청원도 등장했다.
글 작성자는 "코로나19 시대 집중 현상을 지양하는 정책을 내세워도 부족한데 또 서울, 또 수도권에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미술관 건립 정책이 검토되고 있다"며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역별 유치전이 과열되는 데 대한 우리의 부담도 크다"며 "공모를 포함한 여러 안을 두고 검토 중이다. 이달 말 발표를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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