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명 피해' 역대급 몸캠유포…남성들 어떻게 속였나

기사등록 2021/06/09 19:01:00

여성으로 가장, 피해자 1300여명 속여

유인용 음란 영상만 4만5000여개 달해

영상 속 여성의 입모양 따라 말하기도

"특정 부위 보여달라" "소변 봐달라" 등

[서울=뉴시스]'남자n번방' 피의자 김영준(29). 서울경찰청 제공. 2021.06.09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9일 신상이 공개된 김영준(29)은 이른바 '몸캠 범행'을 위해 4만5000여개의 유인용 음란 영상과 음성변조 프로그램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치밀한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1300여명에 달했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2013년 11월께부터 올해 6월까지 여성으로 가장해 1300여명의 남성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피해자들의 음란 행위 등을 녹화 후 이를 유포한 것으로 조사된 김씨를 지난 3일 검거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김씨에게 압수한 '몸캠' 영상은 2만7000여개에 달했고, 용량은 5.55테라바이트(TB)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채팅 어플 등에 여성 사진을 게시한 후 이를 통해 연락한 남성들과 여성으로 가장해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몸캠 영상을 녹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 녹화 영상을 텔레그램 등으로 유포 및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여성 BJ(인터넷 방송인) 등의 음란영상을 활용했다. 영상 통화 시 피해자들에게 미리 확보한 여성의 음란 영상을 송출해 현혹한 것이다.

김씨는 해당 영상 속 여성의 입모양과 비슷한 단어들로 피해자들과 대화했고, 의심하지 않도록 음성변조 프로그램까지 이용해 자신을 여성으로 착각하게 연출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렇게 속은 피해자들에게 '특정 신체부위가 보이도록 자세를 취해달라'고 하거나 '앉은 자리에서 소변을 봐 달라'는 등 다소 엽기적인 요구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 당시 김씨는 피해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여성들의 음란 영상 등을 4만5000여개나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불법촬영물도 발견됐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 중 아동·청소년이 39명에 달하는 등 사안이 중하고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 이날 오후 신상공개위원회를 통해 김씨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같은 날 오후 5시30분께 김씨의 증명사진도 공개했다.

한편 경찰은 압수물 분석 및 추가 조사를 통해 김씨의 여죄와 범죄 수익 규모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김씨가 제작한 영상을 재유포한 이들과 구매자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검거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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