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팀장(리더)이자 한 집안의 가장인 40대 A 씨가 과도한 업무량, 임원들의 부당하고 무리한 업무 지시와 폭언에 시달린 사연이 7일 노조의 중간 조사결과를 통해 구체화됐다.

특히 상사의 갑질과 괴롭힘 속에서도 업무를 어떻게든 성실히 수행하려는 그의 생전 행적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네이버사원노조는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본사 정문 앞에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 중간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지나친 업무지시로 인해 야간·휴일·휴가 가릴 것 없이 업무에 시달렸다.

동료들은 고인이 주말과 밤늦게도 업무를 했으며, 밥을 먹다가도 업무적으로 연락이 오면 늘 답변을 했다고 증언했다. 최소한의 휴게 시간인 일 1시간 휴식도 없이 일하고, 밤 10시 이후와 휴가 때도 업무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업무가 과중한 것은 물론이다.

고인은 지난 1월 28일 낮 2시 지인들과 함께 하는 단체메신저채팅방에서 "두 달짜리 업무가 매일 떨어지고 있어서 매니징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각종 업무들이 고인의 팀으로 이관됐으나, 팀원들은 잇달아 퇴사하고 충원은 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8월과 9월 잇단 팀원 퇴사 후 그해 10월 26일 고인, 팀원ㄱ, 임원A가 함께 한 회의 자리에서 임원 A가 "팀원 ㄱ님 이직하면 OO님(고인)은 나한테 죽어요"라는 말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고인의 직속 상사인 임원 A는 업무지휘, 평가, 연봉, 인센티브, 스톡옵션, 보직 등의 권한을 이용해 고인을 지속적으로 힘들게 한 것으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팀원들을 키워내며 고군분투한 일화도 공개됐다.

고인은 지난해 11월 18일 정오께 동료 ㄷ에게 "임원 A가 자기를 거치지 않고 팀 멤버들을 직접 매니징해 최근 퇴사한 사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인력 부족으로 충원을 해도 모자랄 판에 팀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업무도 과중한 상황에서 팀원을 트레이닝 시키고 이제 적응할 만큼 성장시켜 놓았는데 임원 A 때문에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허탈하고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노조는 실제로도 퇴직한 팀원은 퇴사 면담 시 임원 A 때문에 퇴사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임원 A에 더해 조직장이 아닌 임원 B까지 이중 압박을 가하는 와중에도 고인은 팀장으로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힘썼다.

고인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고인이 수행하는 동일한 업무에 대해서 임원 A와 임원 B가 서로 다른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 발생해 누구의 지시를 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해야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네이버의 조직 체계 및 업무 수행 특성 상 개발 담당 임원 A와 기획 담당 임원 B는 각자 다른 조직의 팀원에게 업무 지시를 직접 내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상황임에도 임원 B가 지시를 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고인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놓지 않았다.

실제 고인은 지난달 10일 회의에서 "임원 B가 수정해달라고 말하는 위치를 모두 작성해놓은 게 있을까요?" 라고 질문할 정도로 직속 조직장인 임원 A가 아닌 임원 B로부터 받는 업무 지시에 부담을 느껴왔다고 노조는 전했다.

고인의 선택은 단순 자살이 아니라 업무상 재해, 막을 수 있었던 인재, 사회적 타살 등이라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고인의 동료임을 자칭한 C 씨는 지난달 3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직위 이용 괴롭힘에 의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사건에 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직장 내의 정신적인 고통으로 누군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을 처음 접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별세하신 그분과 오랫동안 함께 직장 생활을 해 왔기에, 이러한 사건은 더 이상 피해를 겪는 사람의 정신적 나약함이나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한 냉철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진상 규명 및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