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60년③]세계 최초 '위그선' 기술 유출 '덜미'…산업기밀 '철통 감시'

기사등록 2021/06/06 05:00:00

국가 핵심기술 빼가는 '산업스파이' 차단 전력

'기술개발 10년·기술유출 1초'…핵심기술 보호

[서울=뉴시스]오는 10일 국가정보원 창설 60주년을 기념해 새로 교체한 국정원 새 원훈(院訓).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라는 원훈은 국정원 청사 앞 표지석에 새로 놓였다. (사진 제공=국가정보원) 2021.06.04.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우리 기업은 해외 기업으로부터 끊임없이 기술 유출을 위협받고 있다. 국내 기업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대표되는 기술이 주요 대상이다.

국가정보원은 국가경쟁력 보호를 위해 산업스파이 차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연간 수십여건의 산업스파이 사건을 적발하고 있다.

국정원의 임무가 대북 정보와 대공(對共) 수사라는 전통적인 업무를 뛰어넘어 산업기밀 보호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국내 기업이 세계시장에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면서 우리 기업의 기술력은 국가 경제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술이 국력인 시대, 국정원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과거 선진국의 기술을 추격했던 국내 기업의 상황은 이제 역전돼 끊임없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기술 유출을 위협받고 있다. 국정원은 국가경쟁력 보호를 위해 산업스파이 차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업체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국내 핵심기술이 적용된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배, 위그선. 2017년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승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수십년 공들여 개발했던 핵심기술을 하루아침에 해외에 뺏길 뻔한 아찔한 일이 있었다.

국가정보원의 첩보망에 2015년 개인 사정을 이유로 퇴직한 연구소장과 해외영업팀장이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동향이 포착된 것이다.

[진주=뉴시스] 위그선.
이들은 가족 명의로 동종업체를 설립·운영 중이었으며 말레이시아 업체와 비행선박 공동 생산을 추진하고 있었다. 국정원의 조사 결과, 이들은 위그선 개발 실험데이터와 설계도면, 제조공장 라인 배치도 등 영업기밀을 무단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해외 고급 인재 유치'라고 부르지만 실질적으로는 산업스파이로 여기지는 중국의 '천인 계획'은 대표적인 경계 대상이다.

국정원은 천인계획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 기술 유출 정황을 포착해 추적한 결과, A교수가 중국 정부로부터 연구비와 급여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으면서 자율주행차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사실을 확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정원 자료를 바탕으로 A교수를 검찰에 고발했고, 2020년 8월 검찰은 '산업기술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A교수를 구속 기소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두께 측정기 제조업체 B는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최근 잇따라 수주에 실패했다. 원인은 기술 유출이었다.

기술유출흐름도
국정원은 B사 대표로부터 기술유출 신고를 받고, 1년 3개월 조사한 결과 직원 C씨가 2017년 퇴사하면서 핵심기술 소스코드 일체를 USB에 저장해 갖고 나와 유사 소스코드를 만들어 중국 경쟁업체에 지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소스코드를 지원받은 중국업체는 자국 관련업체에 해당 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저가에 다량 제조·판매했고,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기술을 개발한 B사의 사정은 크게 악화됐다.

환경 플랜트 기업의 연구차장은 퇴직하면서 '대기오염 방지 설비자료' 기술 및 영업자료를 USB로 무단 반출해 중국업체에 판매를 시도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당시 중국의 기술수준은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국정원은 경남경찰청과 자택을 압수수색해 계약금 18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기술자료가 포함된 USB,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해외 기술 유출을 사전에 차단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현재 '기술개발 10년·기술유출 1초'라는 엄중한 인식을 갖고 국내외 방첩 역량을 총동원해 핵심기술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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