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청도서 심각한 산림훼손...아름드리 소나무 벌목, 계곡도 메워

기사등록 2021/05/27 17:36:39

용천사 인근, 산림경영 명목 40~45년 나무 수천그루 베어

인근 주민들 산사태 등 재해 우려에 공무원 유착 의심까지

[대구=뉴시스]정창오 기자=대규모 산림훼손이 일어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 산 141-1. 현장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대량으로 벌목됐다. 2021.05.27. jc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북=뉴시스] 정창오 기자 = “참혹합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셀 수도 없이 베어지고 마구 파헤쳐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기가 막히는 것은 수많은 생명체가 기대어 살아가는 계곡까지 메워버리는 만행이 벌어지는데도 청도군의 태도는 나몰라라 하는 수준입니다”

경북 청도군 용천사 주지 지거스님은 취재를 위해 함께 산에 오른 뉴시스 기자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산림훼손 현장을 안내하며 이같이 말했다.

27일 경북 청도군 등에 따르면 현장은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 산 141-1. 이곳은 보물(영산회상도)을 보유한 문화재 용천사(유형문화재) 사찰림과 접한 문화재 보전영향 검토대상 구역의 산주 A씨 소유지다.

올해 초부터 산 초입부터 중턱까지 폭 30m의 길을 내고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이 넘는 수령의 소나무 등 수천 그루가 벌채됐다. 현장에는 미처 반출되지 않은 소나무가 곳곳에 쌓여져 있었고 어림잡아도 성인 2명이 손을 맞잡아야 할 정도의 굵은 소나무들도 곳곳에 보였다.

특히 기존 계곡이었던 곳에는 산을 파헤친 후 나오는 바위와 흙으로 덮여 원래 계곡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고 경사지에도 벌채를 한 후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민둥산으로 방치해 금방이라도 산사태가 날 것처럼 위태했다.

용천사 측과 인근 주민에 따르면 훼손된 계곡에는 버들치·피라미·가재가 사는 등 환경생태계가 매우 우수했던 곳으로 이곳이 파괴됨에 따라 동물들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대구=뉴시스]정창오 기자=대규모 산림훼손이 일어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 산 141-1. 얼마전 까지만 해도 동물들의 생태축 역할을 했던 계곡이 흔적도 없이 메워져 있다. 2021.05.27. jc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도군에 따르면 이곳 산주 A씨는 지난해 4월 약 4ha에 대해 ‘산림경영계획’ 인가를 받았다. 40~45년 수령의 나무를 벌채하고 대신 임업 소득을 울릴 수 있는 수종(두릅·가죽·음나무 등)을 식재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거목들이 대량으로 무참하게 베어지고 중장비까지 동원해 대규모의 산림훼손과 환경파괴가 이뤄졌다. 주민들은 임업소득을 위한 수종 변경은 허울일 뿐 수종 변경 후 또 다른 개발행위가 목적이란 의심을 하고 있다.

벌채 현장 인근 주민들이 가칭 ‘용천사와 오산리 주민들의 자연환경수호 지역위원회’를 구성하고 청도군에 고발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야 청도군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원상복구를 명령했지만 현재 3개월 가까이 방치돼 있다.

주민들은 최근 내린 소량의 비에도 벌거숭이 상태의 산 경사로를 타고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흙탕물이 마을을 위협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뉴시스]정창오 기자=대규모 산림훼손이 일어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 산 141-1. 현장에는 벌목후 개발행위를 위한 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주민들은 이로 인해 산사태 등 인재를 우려하고 있다. 2021.05.27. jc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대량 벌목과 환경파괴가 이뤄지는 현장은 문화재인 용천사와 직선거리가 150m 정도 이격된 문화재 보호구역이다. 문화재보호구역 300m 이내에는 개발행위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곳이다.

이런 곳에 문화재 가치 훼손과 환경파괴 우려가 있는 ‘산림경영계획’ 인가를 내주고, 불법 벌채를 했는데도 복구명령만 내린 채 수개월째 팔짱만 끼고 있는 청도군을 향해 주민들은 공무원과의 유착 의혹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조만간 6월 장마가 시작되면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청도군의 경각심 촉구와 즉각적인 행정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환경파괴 현장 인근의 용천사 인근에는 별장공사가 진행돼 문화재보호법 위반 논란이 거센 상태다. 건축허가가 난 곳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문화재인 용천사 대웅전과 부도군에서 100m 이내에 불과하다.

청도군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행정행위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용천사 측은 현장실사조차 하지 않고 문화재보호법 취지조차 무시한 건축허가는 원천무효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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