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끊길 18개大 폐교위기 초긴장…파산시 체불임금 청산 불가에 '줄소송'

기사등록 2021/05/26 05:00:00

제주국제대, 임금 삭감 동의했던 교직원 체불임금 소송

강원관광대, 대규모 학과 폐지…"직원 수당 놓고 소송전"

임금 갚으면 폐교 면할 수 있지만 재정난에 가능성 희박

재정지원 제한됐던 대학 145개교…"한계대학 늘어날 것"

457억 체불임금 불어날 듯…'파산' 한중대 보완입법 필요

[서울=뉴시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학령인구 급감으로 위기에 직면한 대학의 대학 재정 위기 수준을 진단해 '위험대학'으로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위험대학에게는 개선 권고와 개선 요구, 개선명령 등 3차례 시정조치를 내린다. 그래도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회생이 불가능한 경우 폐교명령을 내린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재정난을 겪는 대학에 3차례 시정 기회를 주고 여력이 안 되면 퇴출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자, 내년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는 18개 하위 대학들 사이에서는 폐교가 가까워졌다는 긴장이 감돈다.

대학가에서는 조만간 폐교 대학이 늘고 임금을 떼인 채 직장을 잃는 교직원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폐교 시 체불임금 해소와 재산 청산을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파산한 경우 교육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강원관광대와 제주국제대 등 2022학년도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18개교 중에서는 이미 교직원들의 임금 체불 문제를 놓고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8년 8월부터 학자금 대출이 완전히 막힌 사립 제주국제대는 2017년 교직원 임금 20%를 삭감하는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당시에는 스스로 임금을 깎겠다고 투표한 교수가 다수였다고 한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당시 결정은 체불임금 반환 소송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제주국제대 관계자는 "교직원 한두명 빼고는 전부가 체불임금 관련 소송에 뛰어든 상황"이라며 "5월부터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고, 이대로라면 올해 연말까지 체불액만 많게는 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학자금 대출이 전면 제한되는 태백 소재 전문대학인 강원관광대는 대규모 학과 폐지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최형태 강원관광대 대학노조 지부장은 "학교법인은 2018년 8월부터 합의 없이 1인당 월 50만원의 직원 수당을 전액 삭감해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재정지원이 제한되면 대학의 자산을 다 팔아도 1년에 20억원이 들어가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2021.05.20. ppkjm@newsis.com
교육부는 앞서 20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전문대 신입생 미달 사태가 계속되자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재정지원이 끊긴 18개 하위 대학 등 이른바 '한계대학'은 3차례에 걸쳐 기회를 주고, 회생이 어려우면 퇴출한다.

첫 단계에서는 자체 이행계획서를 받는다. 목표를 이행하지 못하면 교육부가 직접 임금체불 등 문제 상황을 개선하도록 명령한다. 정원을 감축하고 남는 땅을 처분하도록 하는 컨설팅도 진행한다. 이마저도 이행하지 못하면 학교법인 이사진 직무를 정지하는 등 폐교 수순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들 하위 대학은 체불임금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곤란한 상황인 경우가 많다. 학자금 대출이 끊겨서 어려운 신입생 모집이 더 곤란해지고,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니 재정은 더 악화하는 악순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이들 하위 대학이 아닌 다른 대학도 자칫하면 '한계대학'이 될 위험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교육부는 앞서 20일 내놓은 대책에서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은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을 토대로 유지충원율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권역별로 하위 30%~50%에 해당하면 정원감축을 권고할 예정이다. 이를 따르지 못하는 대학은 재정 지원을 끊는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전문대학은 이미 매년 학생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정원 감축 조치는 상당수 대학을 폐교로 몰고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한 해라도 정부 재정지원 제한에 포함됐었던 대학은 145개교다. 내년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학 284개교 중 45.5%에 달한다. 이 중 62개교(19.4%)는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에 지정됐던 적이 있어 재정 상황이 위태롭다.

[춘천=뉴시스]지난 2017년 강원 춘천시 봉의동 강원도청 앞에서 열린 '한중대학교 공립화 촉구 범시민 결의대회'에 참석한 동해시민들이 '한중대 공립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중대학교는 전 총장의 자금횡령과 임금체불 등 부실운영으로 2016년 9월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 E등급을 받고 결국 문을 닫았다. (사진=뉴시스DB). 2017.08.08 photo@newsis.com
교육부가 집계 중인 폐교대학 체불임금은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총 457억8000만원이다. 2011년 폐쇄된 구 성화대학 9억8000만원, 2017년 폐교된 구 한중대 448억원이다. 한계대학과 폐교 위험에 놓일 대학들의 체불임금을 고려하면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한국사학진흥재단을 통해 폐교된 대학이 지고 있던 체불임금 등 빚을 해소하기 위해 청산융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학이 갖고 있던 부동산 등을 평가해 처분하거나 담보로 융자 대출을 진행해 자금을 융통한다. 이후 청산이 마무리되면 지원금을 회수한다는 구상이다.

한계대학과 이미 폐교된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구 한중대의 경우처럼 학교법인이 파산한 경우, 사학진흥재단이 융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이 교육부 장관에게 해산 명령을 받았거나, 이사회에서 자진 해산을 결정해 교육부 승인을 받은 경우만 사학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김대영 제주국제대 기획처장 서리는 "폐교까지 이르게 만든 책임은 대학 운영을 잘못한 학교법인에 있다"며 "학교법인이 설립자 재산만 돌려받고 폐교하는 '먹튀'를 하지 못하도록 학생과 교직원의 보상금 등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야 폐교를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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