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고질적인 계파 그림자"…이준석 직격
김웅 "한심한 정치"·이준석 "프레임 씌우기"…반박
황교안룰·박근혜룰…당 지도부 따라 경선룰 바꿔
"유승민룰 나올 수도" vs "중진이 꺼낸 전략일 뿐"
가장 먼저 '유승민계'에 칼을 든 사람은 또 다른 당권 주자인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은 25일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자신을 "계파 없는 정치인, 홀로서는 정치인"이라고 설명하며 "공정한 경선관리를 통해 이번 대선 승리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24일)에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몇몇 정치세력에 의해 (정당이) 좌지우지되거나 고질적인 계파의 그림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정 후보와 계파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맥락상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웅 "한심한 정치" 응수했지만…"단순한 일 아냐"
김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계파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계파를 따지는 한심한 정치는 그만 두셨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이날 "계파논란이나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프레임 씌우기를 즉각적으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유승민계' 논란을 그저 소동으로 치부하기엔 세력이 공고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2일 진행한 김웅·김은혜·이준석 등 '0선·초선' 후보자들의 토론회가 단적인 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 전 의원이 깜짝 등장해 후보들과 인사를 나눴다. 토론회 진행을 맡은 정병국 전 의원은 물론, 이날 자리에 참석한 신원식 의원, 김병욱 의원, 오신환 전 의원,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과거 바른정당 소속이다.
유 전 의원이 여론조사 1위인 이 전 최고위원을 앞세워 세를 과시했다는 뒷말과 함께 김은혜 의원이 '유승민계 잔치'에 들러리를 섰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당 대표, 대선판 흔들 수 있나…과거에도 '황교안룰' '박근혜룰' 논란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새누리당은 과거 대선 경선 때 특정인을 위한 경선룰을 만들며 마찰을 일으킨 바 있다. 바로 2017년 '황교안룰', 2012년 '박근혜룰'이다.
2017년 한국당은 당시 당 대표권한 대행이던 황교안을 염두에 둔 '후보자 추가등록 특례조항'을 만들었다.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을 늘리고 예비경선을 건너뛰고 바로 본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일명 '황교안룰'이다. 한국당은 황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이 같은 룰을 즉각 삭제했다.
2012년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 선출 일정과 방식을 박근혜 당시 의원의 뜻대로 결정했다. 새누리당을 이끌던 '친박' 황우여 대표는 후보로 나선 정몽준·이재오 의원·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주자 3인이 요구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요구를 외면했다. 명목상 이유는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헌·당규 개정은 어렵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박근혜 추대'를 위한 수순으로 해석됐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대표가 될 경우 '유승민룰'이 등장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은 원내에서 일해본 적 없는 0선이다. 이제 '자기 정치'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당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당시와는 상당히 정치적 환경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유승민계로 분류될 수 있는 의원은 10명이 채 안 된다"며 "이번 논란은 '계파' 때문에 불거졌다기보다는 이 전 최고위원의 돌풍에 대한 중진의 전략적 견제로 보는 편이 맞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 전 최고위원은 앞서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대선 경선 방식에 대해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를 제시한 바 있다. 책임 당원의 비율을 낮춘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경우 당 지도부의 입김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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