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옥성구 류인선 기자 = 한동훈 검사장이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물리적 저항을 하지 않았다"며 "정 차장검사의 폭행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 차장검사의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정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시절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진행하다 한 검사장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독직폭행이란 수사기관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하거나 폭행하는 등 가혹한 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해 7월29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카드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 등을 잡고 소파 아래로 누르는 등 폭행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의 압수수색 상황에 대해 한 검사장은 "영장을 보며 방어권 행사가 절실해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해달라고 했다"며 "정 차장검사 등이 '허용할 수 없다고 그냥 진행하자'고 저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변호인) 참여를 요청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한 검사장은 "장관까지 나서서 역사상 두번째 지휘권을 발동했고 저는 그 이후 증거나 소명도 없이 법무연수원에 모욕적으로 좌천된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검사장은 "그런데도 장관이나 특정 어디에선가 증거가 있는 것처럼 확답 같은 것이 국회에 계속 나가서 저로서는 '어떤 프레임을 갖고 사건을 조작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적극 방어권을 행사 안 하면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어려워 헌법상 방어권 보장이 충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변호인 참여 요청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영장 발부일이 지난해 7월22일인데 압수수색일은 7월29일이기 때문에 변호인 참여권을 배제할 수 있는 급속을 요하는 영장 집행이 아님에도 해당 영장을 통해 압수수색하는 것이 위법하다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한 검사장은 "저도 법조인이고 당연히 영장 기재 방식이 위법하다면 나중에 다투는 것이지 여기서 물리적 저항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검사장은 당시 정 차장검사로부터 휴대전화 사용을 허락받았다며 "잠금장치를 해제 안 하고 전화할 방법이 없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당시 증인이 증거인멸을 하려고 했다고 볼 사정이 있나'고 묻자 한 검사장은 "전혀 없었다. 당시 5~6명 수사팀이 와있었다"며 "제 입장에선 어떤 빌미도 주면 안 되는 상황이라 오해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후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과정에 대해 질문하며 검찰이 '피고인이 증인이 입력하는 휴대전화 화면을 본 후 이러시면 안 됩니다 말한건가'라고 하자 한 검사장은 "전혀 그럴 수 없다. 저쪽에서는 보일 수가 없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넘어질 당시를 말하면 저는 '본인이 전화하라고 해놓고 왜 그러나' 너무 황당해서 본능적으로 방어 동작을 취한 것이지 저항하고자 그런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검찰이 '피고인은 증인을 폭행한 사실이 없고 중심을 잃은 거라고 한다'고 언급하자 한 검사장은 "(정 차장검사가) 제 몸 위에 타 있던 시간이 어느 정도 지속됐다. 저는 그게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 안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검사장은 "잠금해제는 필수적인 건데 저를 덮쳤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얼굴이 눌리는 과정에서 상당히 모멸감을 느꼈다. 저는 어떤 물리적 행위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정 차장검사 측 변호인이 '피고인이 증인의 휴대전화를 뺏으려는 게 신체를 가격한다고 생각할 상황이었나'고 묻자 한 검사장은 "휴대전화 때문에 저에게 폭력을 한 게 맞다. 저를 완력으로 제압한 게 맞다"고 답했다.

아울러 검찰이 서울고검에 진정서를 제출한 경위를 묻자 한 검사장은 "관할은 서울중앙지검일 수 있는데 수사팀 전체 차원의 계획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며 "이성윤 지검장은 정 차장검사 직속 상관이라 공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정 차장검사는 아무 말도 안 했고 지금까지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저는 기회를 드렸고 이 사안은 단순히 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다 알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거라 제가 넘길 단계를 지났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 앞서 한 검사장은 취재진과 만나 "지난 1년간의 잘못이 바로잡히는 상식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은 독직폭행 피해자로서 증언을 위해 출석한 것이기 때문에 길게 말하는 건 재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사건 당일 한 검사장에게 상해진단서를 발급해준 신경외과 전문의 A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A씨는 한 검사장이 심한 통증 등으로 인해 3주간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으며 한 검사장의 팔 부위는 찰과상이었다고 증언했다.

정 차장검사의 6차 공판은 다음달 28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이날 추가 증인에 대한 신문과 피고인신문이 진행된 뒤 이 사건 변론이 종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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