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곳은 떠나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저자는 고향 곡성을 떠나 광주로 여수로 춘천으로 전주로 일산으로 심지어 독일 베를린까지 갔다가 온 후에야 죽을 때까지 살 집을 찾아 고향 근처 담양으로 내려온다.
산문집 '춥고 더운 우리 집'에는 50여 년에 걸친 그 긴 세월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곡진하게 담겼다.
이 책에 담긴 산문 열두 편에는 조금은 가난하고 메마른 풍경이지만 더없이 푼푼한 집에 대한 기억들이 간절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려져 있다.
저자가 어릴 때 살았던 세 칸 초가집에서의 어머니와의 추억에서 시작해, 아버지가 손수 지은 부로꾸집(블록집)을 지나, 고등학교를 다니기 위해 광주에 가 처음 언니와 살았던 식당 방과, 여공이 되어 살았던 서울의 봉제 공장 기숙사를 넘어서, 저자가 직접 땅을 보러 다니다가 그저 ‘수북’이란 단어가 좋아 불쑥 버스에 올라타 처음 가보았던 담양 수북과, 그곳에 손수 집을 짓기까지의 집에 대한 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가 지금 살고 있는 담양 수북의 이야기, 특히 시골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엉뚱했고 늘 밭에서 살았던 저자의 엄마 이야기도 나온다. 공선옥 지음, 240쪽, 한겨레출판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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