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화상 환자 50만명 이상…국민 100명 중 1명꼴
"화상 환자 시선 두려워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야"
"사회는 화상에 대한 편견·잘못된 인식 바뀌어야"
"글로벌 캠페인 통해 다름 인정하는 세상 만들 것"
전신 화상의 아픔을 딛고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려나씨는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한강성심병원 별관 3층 화상병원학교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화상 환자들이)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 아예 외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스스로를 위해 용기 내 나아가야 우리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씨도 초등학교 4학년이던 지난 2003년 가스 폭발 사고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후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최씨는 "치료를 어느 정도 받은 후에는 외출 생각이 간절했지만, 주변의 시선이 가장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화상병원학교에서 화상을 경험한 아동들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리를 함께한 한림화상재단 사업기획팀 인턴 정우훈씨 역시 "4년 전 건설현장에서 전신에 3~4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후 도움의 손길을 받기 전 6개월간 캄캄한 병실에 쳐진 커튼 밖을 나가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올해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제 사업을 통해 재단에서 일하게 된 정씨는 현재 화상환자들에게 심리 상담을 해주고 일반인을 상대로 화상예방법 등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실제로 얼굴에 화상을 입은 환자들은 취업문을 뚫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원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충분해도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이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서다. 화상으로 인해 몸 뿐 아니라 마음도 고통받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과 함께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현재 화상은 장애의 한 유형으로 인정받지 못해 환자들이 치료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장애유형 판정 기준은 지체, 시각, 청각, 언어, 지적, 뇌병변, 정신, 자폐성, 신장, 심장, 호흡기, 간, 안면, 장루요루, 뇌전증 등 총 15개다.
5년 전 왼팔 등에 화상을 입고 한림화상재단 사업기획팀에서 근무 중인 김은희씨도 "화상은 질환의 특성상 단시간 내 치료를 끝낼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기북부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화상환자 가족돌봄 사업을 2년째 맡고 있는 김씨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의료급여 선정 기준 소득 이상을 벌게 되면 의료 급여를 받을 수 없어 일자리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알렸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화상 환자들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한림화상재단이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외모 차이를 가진 사람들을 지원하는 영국 FEI 등 전 세계 34개 비정부기구(NGO)와 벌이는 '2021 페이스 이퀄리트 캠페인'을 통해서다. 외모에 변화가 생긴 사람들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스스로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게시물은 SNS를 통해 전 세계인과 공유되고 관련 해시태그(#FaceEquality)를 통해 확산된다.
정씨는 "화상이 전염병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안면 화상 환자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피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잘못된 인식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다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씨는 "화상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게 기적"이라면서 "사람들이 얼굴이 아닌 마음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환자들과 기적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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