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 정부 검열·감시 적극 협조…데이터 통제권 넘겨"

기사등록 2021/05/18 08:54:58

매출 5분의 1 중국서 올려…중국 딜레마 직면

국영 기업에 중국 고객 데이터 통제권 넘겨

정부 심기 건드리는 앱 수만개 삭제 분석도

[베이징=신화/뉴시스] 지난해 7월1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새로 개장한 애플 스토어. 2021.05.18.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철통 보안을 정체성으로 내세워온 애플이 중국 정부의 검열 및 감시 요청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애플 내부 문서, 전현직 애플 직원 17명 및 보안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애플이 중국 정부 요구에 어떻게 응하고 있는지 집중 보도했다.

애플은 다음달 완공 예정인 중국 구이저우 구이양 및 내몽골 데이터 센터에서 중국 정부에 통제권을 넘겨줬다. 국영 구이저우클라우드빅데이터(GCBD)가 중국 고객 데이터의 법적 소유권을 가진다. GCBD 직원들이 서버에 대한 물리적 통제권을 행사한단 의미다.

애플은 최근 중국 고객들에게 GCBD를 서비스 제공자로 명시한 새 아이클라우드 약정에 동의하라면서 "중국 본토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개선하고 중국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알렸다.

2017년 6월 시행된 새 사이버보안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중국 내 아이클라우드를 폐쇄하겠다는 중국 측 통보에 따른 것이다. 고객들은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연락처, 사진, 이메일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저장한다. 아이클라우드는 아이폰이나 맥 컴퓨터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백업할 수 있고 애플 기기의 현재 위치도 알려준다.

NYT는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중국 딜레마'에 직면했지만 애플은 높은 인지도와 중국 의존도로 인해 주목받는 사례가 됐다고 전했다. 애플은 중국에서 제품 대부분을 조립한다. 중국이 애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분의 1에 달한다. 

20년 전 애플 운영책임자로서 중국 진출을 주도한 팀쿡은 이제 최고경영자(CEO)로서 중국에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더그 거스리는 '캘리포니아의 애플이 설계했다(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는 문구가 제품에서 사라지게 된 뒷이야기를 전했다.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학장 출신인 그는 2014년 중국 애플 사업을 돕기 위해 고용됐으며 2019년 애플을 떠났다.

애플이 환심을 사려고 중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지었는데, 센터의 중국 측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은 이 문구가 중국 기술자 공로를 지워버렸다면서 분노했다고 한다. 결국 애플은 이 다음 출시한 아이폰에 해당 문구를 새기지 않았다.

아울러 애플은 중국판 앱스토어에서 정부가 금지한 앱을 삭제했다.

몇년간 외국뉴스매체, 게이 만남 주선, 암호화 메시지 앱 등 수만개가 중국 앱스토어에서 사라졌다. 달라이 라마 관련 앱뿐 아니라 민주화 시위를 조직하는 앱도 차단됐다. 

앱 데이터 전문업체 센서타워가 집계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이후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약 5만5000개의 앱이 사라졌다. 3만5000개는 게임 앱이었고 뉴스 앱도 600여개 있었다. 이 중 대부분은 다른 나라에서 계속 사용 중인 앱이다.

애플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2년 동안 애플은 중국 정부 요청 91%를 수용해 1217개 앱을 제거했다.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가의 정부 요청 40%를 받아들여 253개를 지운 것과 대조적이다.

애플 자체 통계가 센서타워 집계와 다른 건 중국 규제당국이 불평하기도 전에 애플이 먼저 앱을 제거한 탓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국제앰네스티 아시아 국장인 니컬러스 베켈린은 "애플은 정부가 통제하는 버전의 인터넷을 제시하기 위한 검열 기계의 톱니바퀴가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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